안전보건규칙 ‘처벌규정’과 ‘예방규정’으로 분리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통해 위험성평가 제도의 전면 개편을 예고한 가운데, 산업안전감독의 방향도 전환된다.

그동안 고용부는 매년 2~3만개 사업장에 대한 감독을 실시했다. 하지만 적발과 처벌에 중점을 두고 감독이 실시되면서 사고를 유발하는 요인보다 ‘안전관리자 선임 여부’, ‘안전보건교육 실시 여부’ 등 적발하기 쉬운 서류상 점검에 치중한 면이 있었다.

지난 5년간 특별감독을 실시한 83개 기업 중 12개 기업에서 사망사고가 재발하는 등 감독의 예방 효과도 미흡하다는 것이 자체적인 판단이다. 심지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기업의 사망사고는 2022년 10월말 기준 전년 대비 17명이 증가하기까지 했다.

이에 고용부는 정기감독을 ‘위험성평가 점검’으로 전환한다. 감독에서는 ▲위험성평가 실시·이행 ▲사고사례 분석 기반 재발방지대책 수립·시행 ▲안전보건관리체제 구축·이행 여부를 필수적으로 확인한다. 여기에 더해 근로자 인터뷰 등을 통해 위험성평가 결과 공유‧인지, 참여 여부, 사고사례 공유 등도 중점 확인한다.

감독 대상 선정 방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기존에는 산재통계 분석 등을 통해 재해 발생 경향성을 사전에 확인 후 감독 대상을 선정했다면 앞으로는 빅데이터 및 AI 분석 기반 사고위험 예측을 통해 사업장이 자동으로 선정된다.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수사 방향도 전환된다. 고용부는 중대재해 발생원인을 철저히 규명하는 가운데,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Golden Rule) 위반 및 위험성평가 적정 실시 여부 등을 중점 수사해 엄중하게 처벌‧제재한다.

또한 중대재해 발생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동종‧유사 업종에 비슷한 사고가 확산될 우려가 있는 경우 재발방지에 중점을 둔 기획감독을 실시한다.

이외에도 고용부는 법 개정을 통해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의 산재보험료를 할증하고, 산재보험 미가입 사업장에서 중대재해 발생 시, 보험료 징수상한액을 현재 5배에서 10배로 상향한다는 계획이다.

◇중처법 처벌 요건 명확화

고용부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1981년 사업장 안전의 기본법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을 제정한 이래 규제와 처벌에 주안점을 두고 중대재해 감축 전략을 유지해 왔다.

여기서 문제는 산업안전보건법령이 1220개 조항(산안법 175조, 시행령 123조, 시행규칙 243조, 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679조)에 달하는 등 방대하고, 세세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법령이 본래 가지는 제약상 획일적‧일반적인 것이 많아, 개별 사업장의 특성 및 여건 등이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업장에서는 법령의 기본 취지인 사업장의 안전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세세한 기준을 맞추는데 급급한 상황이다. 또한 급변하는 신기술을 반영하지 못해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등 안전보건법령이 시대 흐름에 뒤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이에 고용부는 안전보건규칙을 정비키로 했다. 우선은 안전기준의 현장 적합성 등을 고려해 반도체 공장 등의 비계설치 기준, 수소산업 안전기준 등을 보강‧신설하고, 현 상황에 맞지 않는 오래된 규정과 중복조항을 정비키로 했다.

특히, 고용부는 안전보건규칙을 처벌 규정과 예방 규정으로 분류키로 했다. 필수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핵심규정은 처벌이 가능토록 법규성을 유지하고, 산재예방을 위해 선택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사항은 예방규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불확실성도 해소한다. ‘위험성평가의 적정한 실시’, ‘재발방지대책 수립‧시행’ 등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핵심 사항 중심으로 처벌요건을 명확화하기로 했다. 또한 중대재해 예방 실효성 강화, 안전투자 촉진을 위해 제재방식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산안법과 중처법 정비를 위해 내년 상반기부터 노사정이 추천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산업안전보건 법령 개선 TF’가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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