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섭 산림청장

가을과 초겨울이 서로 어깨를 마주한 요즘, 등산로마다 그윽한 산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 몰려든 막바지 등산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을 보내서였을까? 고생스러웠던 여름이 한편으로는 다행스럽지만 고즈넉한 가을 정취 사이로 옷깃을 절로 여미게 하는 바람이 간간히 불어오는 것을 보면 겨울이 좀 더 천천히 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숲이 자신을 감싸고 있던 잎을 모두 내려놓고 본연의 아름다움을 가장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가을,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한 해를 서서히 마무리해 나가겠지만 이와 반대로 전국의 산림공직자들은 7개월간 산불과의 사투를 시작할 채비를 한다.

가을철 건조한 날씨에 흡연·취사와 같은 등산객의 실수, 추수를 마치고 이듬해 농사를 위해 행해지는 소각, 불장난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생기는 산불로부터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주어진 임무이다.

이러한 산불예방을 위해 매년 수많은 인력 및 장비,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올 가을부터 산림청에서는 정부 3.0시대에 걸맞는 협업(Collaboration), 융합(Convergence), 창의(Creativity)의 3C 산불경영을 통해 산불피해를 ‘확’ 줄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계획이다.

먼저 첫 번째 C는 협업이다. 현재 산림청에서는 전국에 1만4천여명의 산불감시원에게 실시간 신고가 가능한 GPS단말기를, 시·도 산림부서에는 이를 관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급해 상황 발생 시 즉시 진화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119로 접수되는 산불정보는 유선·팩스로만 정보를 공유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산림청에서는 기관 간 협업을 통해 단말기를 통한 신고 정보를, 소방방재청에서는 국민들이 119로 신고하는 정보를 시스템으로 공유하는 작업을 막바지하는 단계에 있다. 이 작업이 마무리 되면 보다 신속한 상황대응과 더불어 향후 맞춤형 산불방지 대책을 수립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두 번째 C는 융합이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목조 문화재, 건축물 등이 산림 내 또는 인근에 분포해 있다. 바꿔 말하면 산불 발생 시 그만큼 위험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에 산림청은 유관기관으로부터 보호대상물에 대한 좌표정보를 받아 상황 파악과 진화계획 수립에 적합하도록 지도화하는 한편, 스마트 빅보드를 활용해 트위터에서 생산하는 산불 관련 트윗을 실시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목조건축물 및 도심권역 산불에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 C는 창의이다. 산불이 특히 발생하기 쉬운 농·산촌, 등산로의 경우 산불 감시원이 엄격한 단속활동을 펼친다 해도 이를 피해 논·밭두렁 소각, 취사행위, 무속행위 등이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산림청에서는 근거리 통신기술인 NFC태그를 활용해 집중 순찰지역 1,300곳을 지정·관리하는 전자순찰함 제도를 올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제 가을철 산불방지대책 기간이 시작됐다. 스마트한 3C 산불경영이 산에 올라 일상의 지친 삶을 치유하는 많은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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