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 주요 인사’ 현안 간담회 (2)

정부를 비롯한 수많은 안전인들이 산재감소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산재자수가 다시 증가했다.

이로 인해 올해만은 정체 일변도의 산업재해율이 타파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던 산업안전보건분야 모든 관계자가 큰 충격에 빠져들었다.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또 향후 정책 방향을 어떻게 재설정해야하는지에 대한 심각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본지는 저명한 산업안전보건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호는 지난 호에 이어 재해율 급증의 주범으로 꼽힌 서비스업 분야에 대한 해법과 향후 우리나라 안전문화의 토대가 될 조기교육 방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실었다.

다음은 금번 간담회에 참여한 인사들이다. 신창섭 충북대 안전공학과 교수(전 한국안전학회 회장), 백신원 (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한경대 안전공학과 교수), 김은기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Q. 서비스업 분야의 재해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은 무엇일까요?


백신원 사무처장 : 산업구조가 선진화됨에 따라 기존 제조업, 건설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의 물결로 인해 매년 서비스업의 산업재해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신창섭 교수 : 특히 그 증가의 폭이 굉장히 크다는 게 우려를 자아냅니다. 작년에만 해도 서비스업 재해자는 제조업, 건설업 재해자보다도 많은 34.7%를 차지했습니다. 즉, 전체 재해자의 1/3이 서비스업 재해자라는 얘기입니다. 이에 대비한 효과적인 중·장기적 대책을 빨리 마련하지 못한다면 향후 산업재해감소의 큰 걸림돌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김은기 국장 : 맞습니다. 서둘러 서비스업의 재해대책을 강화해 나가야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에 대공장과 제조업 위주로 만들어진 산업안전보건제도에 변화를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서비스업의 경우 분명 제조업과는 특징이 다른 만큼, 지금 제도로는 서비스업재해예방에 큰 힘을 발휘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백신원 사무처장 : 그렇습니다. 서비스업 분야는 기존 산업분야와는 확연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업장의 소멸율과 근로자의 이동율이 매우 높아 지속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때문에 지난 20년 동안 제조업 및 건설업 중심으로 펼쳐온 재해예방사업의 ‘패러다임’부터 전환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창섭 교수 : 저 역시 두 분의 뜻에 동의합니다. 서비스업은 음식업, 도소매업, 위생업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유해위험설비가 거의 없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서비스업의 안전사고는 대부분이 부주의와 안전소홀로 인해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 비정규직이나 고령근로자 등 산재취약계층이 많다는 것도 서비스업에 재해가 많은 이유가 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서비스업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령근로자 등 취약계층의 안전교육을 철저히 시행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이들에 대한 교육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업주에 대한 안전교육도 함께 강화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백신원 사무처장 : 옳은 말씀이십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선 올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처음 실시하는 ‘서비스업 안전더하기 사업’이 큰 효과를 볼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동종업종 사업장의 자율적인 안전보건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업종별 시범사업장 운영’과 재해발생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기술·교육·재정지원 등의 ‘안전보건 컨설팅’도 함께 실시된다면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김은기 국장 : 서비스 업종에 맞는 작업지침을 개발해나가고, 이에 대한 현장 교육을 더욱 강화해나가는 것도 매우 중요한 사항입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중소규모 서비스사업장에도 의무적으로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양성 배치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창섭 교수 : 두 분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도의 경제발전을 경험한 우리사회에는 안전을 무시하고 단기적으로 최대의 이득을 얻으려 하는 풍조가 만연되어 있습니다. 특히 안전교육이 부족한 서비스업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심하다는데 두 분 모두 동의하실거라 생각합니다.

안전을 무시하면 곧 빚으로 돌아와 큰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서비스업에도 안전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노동계와 학계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Q. 산업안전의 조기교육에 대한 생각과 만약 조기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창섭 교수 : 안전문화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모든 분이 아실 것입니다. 선진화된 안전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안전의식이 높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어려서부터의 교육, 즉 조기 안전교육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백신원 사무처장 : 네. 저 역시 뜻을 같이합니다. 현재 아동복지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매년 어린이 교통안전교육 시행계획을 수립하여 유치원은 연간 30시간 이상, 초·중·고등학교는 연간 21~23시간의 교통안전교육을 학교장의 자율로 실시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런 교통안전교육을 자율이 아닌 법적시간으로 하여 정규 수업시간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교육에는 교통안전교육 외에도 산업안전, 생활안전 교육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것입니다.

김은기 국장 : 옳은 말씀이십니다. 저는 산업안전 뿐만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련 법률에 대한 기초교육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는 사회 진출의 준비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안전교육과 함께 기초적인 노동관련 교육이 고등학교에서 실시된다면, 그만큼 학생들이 사회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게되는 것은 물론 좀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많아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점에서 안전교육과 함께 이러한 노동관련 교육도 강화해야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신창섭 교수 : 두 분의 말씀이 모두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까지 우리의 목소리가 현실 정치에 반영되지 않아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 한국안전학회를 비롯한 많은 안전인들은 오래전부터 안전교육을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시키기 위해 기회가 될 때마다 주장했으나 아직 만족한 만한 결과를 얻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일부 학교에서 선택과목으로 채택할 수는 있게 됐지만 그 성과 역시 아직 미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백신원 사무처장 : 상황이 열악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저희 모두가 힘을 합쳐 그 준비를 철저히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연령 및 학년에 맞게끔 안전교육 교재를 개발.보급해나가고, 교원양성대학에 재학 중인 예비교사들이 의무적으로 안전교육을 이수하도록 관련 교육과정을 개편해나가는 등 안전교육이 의무화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나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신창섭 교수 :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쯤에서 제가 오늘 토론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안전한 삶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입니다. 이러한 사실과 진리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조기교육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에 조기교육의 기반이 조성될 수 있도록 앞으로 우리 학계를 비롯해 모든 안전관계기관들이 적극 나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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