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A 50년史

필자가 본 협회의 구성원이 된지 겨우 달포, 아직 무엇을 깊이 알겠는가마는 KISA 50년史 편찬 준비를 하면서 여러 기록과 참고 문헌들을 살펴보고 문득 느낀 것이 하나 있다.

이곳에 몸담기 전에는 문학창작 활동하느라 솔직히 이 단체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전혀 몰랐다. 이는 필자 뿐 아니라 다른 일반 사람들도 거의 비슷한 실정일 것이다.

이곳 대한산업안전협회의 전국 구성원들을 과일나무에 비유한다면 시중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무화과(無花果) 나무라고 하고 싶다. 영·호남지방에 가보면 큰 기와집 마당가 정원에서 고택(古宅)을 지키고 서있는 나무가 간혹 있다.

비록 꽃도 없고 몸집도 자그마한데다, 열매가 탐스럽게 열리거나 현란한 색상이나 농염한 향기는 나지 않지만, 무화과 열매는 무더운 여름날 따가운 태양과 세찬 비바람을 슬기롭게 견뎌내곤 한다. 마치 릴케의 지순한 시구(詩句)처럼 마지막 하나의 열매로 익어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해맑은 소녀처럼 빨간 입술을 수줍게 벌리며 서서히 영글어 사람들의 입속에서 꿀맛으로 녹아드는 건강증진 식품으로 탄생하게 된다.

언제나 힘든 업무지만 누가 알아주든 몰라주든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근로자들의 안전과 건강, 사업장의 재난방지에 ‘수호천사’가 되어주는 안전요원들의 모습과 흡사 닮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한 꽃 보다는 열매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신(神)의 과실, 무화과와 비교하는 것은 필자의 무지(無知) 소치일까? 공기(空氣)가 잠시라도 없으면 모든 생물이 말라 죽듯이 산업현장 곳곳에 산업안전 전문가들이 없다면 이 땅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될까? 가상이지만 분명 기가 막힌 참상들이 발생할 것이다.

대한산업안전협회는 어려웠던 시절에 전국 산업현장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탄생해 장도의 대역사를 이룩하여 내년 7월이면 창립5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아이러니 하지만 본 협회의 초대 김연준(金連俊) 회장(대한일보 사장 겸 한양대학총장)은 한때 현 대통령의 부친(고 박정희 대통령)의 눈 밖에 나 곤욕을 치렀던 일도 있다. 하지만 반세기 역사의 회전목마는 근로자들의 ‘땀의 가치’를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는 이 나라 노동계에 전설적인 인물인 제24대 신진규(申晉珪) 현 회장을 배출시켰다.

申회장은 모두가 알다시피 박정희 대통령의 장녀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으니 이 어찌 두 부녀 대통령의 통치사와 본 협회의 역사적 스토리가 아닐 수 있겠는가? 그래서인지 박 대통령께서는 우리 대한산업안전협회 50년사 편찬에 상당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이에 발간 축사도 기꺼이 써 주겠다는 의견도 내놓으셨다.

내년 7월에 세상에 나올 이 책속에는 수백 장의 산업안전 발전 역사 관련 사진들과 전국의 전·현직 안전요원들의 이름이 역사적 기념비문처럼 깊이 새겨 질것이며 책의 권두詩 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담겨 질 것이다.

“여기 인고의 세월 속에 무르익은 무화과나무 열매 같은 KISA의 숭고한 정신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음을 세상에 告하노라. 그리고 시련과 영광의 산안(産安) 주인공들, 그들에겐 유능하고 겸허한 능력이 있을 뿐 결코 시건방진 권력 같은 오만함은 볼 수 없었노라. 그런 그들의 헌신적 땀과 눈물겨운 노력이 없었다면 한강의 기적도 민족의 번영도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누가 뭐라 해도 전쟁의 무명용사들 같은 진정한 대한민국 애국자들 이었노라”고….

그렇게 선명하게 새겨 이번에 세계 유네스코 기록물에 올라간 충무공의 ‘난중일기’처럼 전하고 싶다.

<작가,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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