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환 | 쌍용양회 동해공장 환경안전팀

우리네 산업현장에서 반드시 확보돼야 하는 것이 바로 안전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안전’이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먼저 안전을 한자로 풀이해 보면 ‘편안할 안(安)’과 ‘온전할 전(全)’의 합성어로 편안한 상태가 지속되어짐을 의미한다.

여기에 필자는 몇 가지 의미를 더해 보고자 한다. ‘안(安)’자는 ‘집(宅)’에 ‘계집(女)’있어 편안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즉 여자가 집안에 온전히 붙어있어야 집안이 평온하고, 제대로 돌아간다라는 뜻이다.

물론 요즘 같으면 고리타분하고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에는 여성을 괄시하는 문화가 상당히 짙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필자 생각에 요즘의 ‘安’자는 그 뜻이 상당히 바뀌었다. ‘安’자에 ‘계집 女’대신 ‘사내 男’자를 합성해야만 집안이 잘 돌아가게 된 것이다. 물론 옥편에도 없는 글자지만 작금의 시대 흐름이 그렇다. 남자들이 육아는 기본이고 장을 보거나 집안의 설거지라도 해야만 가정의 평화가 찾아오는 시대가 본격 개막된 것이다.

‘밥이라도 제대로 얻어 먹으려면 아내한테 잘해라’라는 말이 통용된 지 오래고, ‘있을 때 잘 해!’라는 노랫말은 아내가 남편에게 들려주는 경고문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또 아이들의 성(性)도 부부성을 합하거나 어느 한쪽으로 택하는 시대가 되었으며, 집안의 통장과 웬만한 부동산의 명의도 아내의 소유로 만드는 가정이 많아졌다.

즉 현대 가정 생활은 과거에 비해 많은 변화를 겪은 것이다. 필자는 여기서 이런 현상이 절대 나쁘다거나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다만 이같은 현대인들의 가정 생활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바로 ‘아버지의 안전’이 그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가 ‘낙오’하게 되면 위에서 말한 모든 것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아버지들이 당하는 재해는 신체적 손상을 넘어 정신적 고통, 노동력 상실, 경제적 부담 등의 압박을 주게된다. 이 부담은 고스란히 그 가족들에게 전가된다.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것이 경제적 곤궁이다. 주 수입원인 가장의 수입 감소는 경제적 궁핍과 불안을 가중시켜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유지하기 곤란한 상황을 만든다. 이는 곧 일반적인 가정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녀들도 가정생활곤란으로 학업 성취도가 낮아지며 사회에 대한 불만이 증대하게 된다. 아내도 가족생계에 대한 중압감으로 심한 부담을 느끼게 되며, 남편의 간병생활 등으로 인해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받게 된다. 특히 가장이 사망하기라도 한다면 가정이 파탄되는 불상사가 벌어지게 된다.

여기에 더해 재해는 근로자 개인 뿐만 아니라 회사와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마이너스 요인이다. 회사에서는 직·간접 보상비 및 작업손실 등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또 기업 활동에 필요한 노동력 상실로 생산성 저하가 뒤따르고, 사고발생에 대한 처벌과 후유증으로 나머지 근로자들의 불안한 심리까지 더해져 직장 분위기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진다. 여기에 각종 재해로 인해 기업의 이미지도 실추되게 된다.

또 재해는 사회의 안녕과 질서에도 영향을 미쳐 복지예산 등의 지출증대 등으로 국가의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필자가 극단적인 예를 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이와 같은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부인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즉 산업재해는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결론이 나오고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라는 정리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고장 난 벽시계’는 그저 빠른 세월을 한탄하는 노랫 말일 뿐이지 우리 아버지들에게 적용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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