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울산 소재 H업체에서 프레온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를 수반하지는 않았지만, 사고경위를 보면 이번 사고는 결코 쉽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소방당국과 주요 언론 등에 따르면 당시 사고는 정상가동상태가 아닌 정비 후 재가동하는 과정에서 안전관리 소홀로 인해 발생했다고 한다.

문제는 또 있다. 이 업체의 경우 과거 각종 안전사고가 다발한 전력이 있다. 이에 따라 업체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고용노동부에서 ‘중대화학사고 총괄대책’을 발표한 지 5일만에 사고가 발생하면서 울산시와 고용부의 각종 대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는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는 기업과 사업주의 안전의식 부재를 꼽을 수 있다. 최근의 안전사고는 시설의 노후화와 작업자의 안전의식 보다는 기업과 사업주의 안일한 안전의식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여전히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생산과 이윤을 우선하다보니 안전은 뒷전인 사업주의 마인드와 기업의 문화가 계속해서 안전사고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즉 제품생산 등 이른바 돈이 되는데 집중투자하고 안전관리같이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은 뒷전으로 미루는 기업문화가 가장 큰 문제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정부부처의 중구난방식 안전관리체계에 있다.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하면 언론을 통해 고용부, 환경부, 안전행정부 등 다양한 정부부처가 거론된다. 유해화학물질 사용 공장 안은 고용부, 공장 밖은 환경부 그리고 전체적인 부분은 지방자치단체와 안전행정부의 관할이다보니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주요 보도의 핵심이다.

이를 보면서 사고예방을 위한 진정한 관리주체가 어디인가를 생각해 본다. 비록 산업안전보건법을 가지고 고용부에서 안전관리를 위한 행정을 펼치고 있지만, 이를 이유로 모든 책임을 고용부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사고예방은 고용부 하나만의 책임이 아니라 관련된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모두의 책임이다.

헌데 지금처럼 여러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나누어서 관리를 하면 예방관리와 신속한 사고대응 등에 사각지대가 생길 가능성이 높고, 결국 누출사고라는 총체적인 구멍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처간 칸막이 제거를 통한 통합적 관리가 시급하다.

이와 함께 사고가 날 때마나 지적되는 늑장신고와 늑장대처 업주에 대한 솜방방이 처벌 문제도 사고 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자 정부부처의 과제이기도 한다.

세 번째 원인은 근로자들의 부족한 안전의식이다. 작업자들의 안이한 안전의식이 총체적 관리부족과 맞물려 사고를 키우고 있다. 현장에서 작업 시 불편하다는 이유로 반드시 착용해야 할 안전장구를 외면하다가 더 큰 산업재해를 당하는 등 화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네 번째는 국민들의 안전불감증에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교통사고 사망률 1위, 산업재해 사망률 1위라는 부끄러운 불명예를 가지고 있다. 이는 ‘빨리빨리 문화’의 정착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급속한 산업화 시기 우리 국민은 따뜻해지고 배부르기 위해서 부지런함과 신속성을 강조했고, 이를 기반으로 반세기도 채 지나지 않아 명실상부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다.

하지만 빨리빨리 문화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많은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됐다.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사회 전반에 안전불감증이 팽배해진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상기와 같은 4가지 원인은 누구하나만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노사민정이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다. 때문에 노사민정은 힘을 모아 안전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사업주와 기업은 근로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경영문화를 만들어 가고, 정부부처는 사고예방을 위한 관리주체를 반드시 일원화하여 종합적인 안전관리를 해 나가야 한다.

더불어 근로자들은 작업안전수칙을 준수하는 가운데 안전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하고 작업을 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국민들도 이제는 ‘빨리빨리 문화’를 버리고 선진안전의식을 고취해 나가야 한다.

이처럼 노사민정이 하나가 되어 안전불감증의 타파에 앞장설 때 우리나라는 비로소 진정한 선진국의 대열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