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창원산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노인이 되면 신체적·정신적 기능이 쇠퇴하고, 대인관계를 맺을 기회가 줄어들어 소극적, 내향적으로 변하기 쉽다. 이에 따라 노인들은 외부세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내적 생활에 몰두하게 되는 성향이 강해진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노년기에는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크다. 실제로 최근 노인 우울증 유병률은 30%에 가깝다는 보고도 있었다.

노년기 우울증을 앓는 노인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개인의 분노를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을 상실함으로써 분노를 속으로 삭이게 된다. 또한 스스로 인생을 부정적으로 왜곡·평가하며 절망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만약 신체적 질병, 만성적 장애, 사회적 고립, 사별, 가난 등의 아픔을 겪고 있는 노인들은 이같은 우울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의존적이고 회피성 성향이 많은 노인들에게서 우울증은 더 심하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노년기 우울증은 젊은 사람이 앓는 우울증과 어떠한 차이점이 있을까? 노년기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젊은 사람보다 명백히 표현하지 못한다. 또한 노인들은 신체조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우울증을 겪으면 수면장애, 불안, 초조감 등이 젊은이보다 더 흔하게 나타난다.

이밖에도 노년기 우울증 환자는 기억력장애 등 인지기능의 저하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성 노인은 죄책감, 불안 등 하루 중 기분 변화가 흔하게 나타나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러나 노인들의 우울증을 진단하는 데 있어 신체적 질환에 의한 우울 증상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 심혈관계질환, 내분비계질환, 파킨슨병, 뇌졸중, 각종 암, 만성통증, 만성피로증후군이 있을 때 노인들은 흔히 우울 증상을 호소한다. 가벼운 갑상선 기능저하가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암으로 입원한 환자의 25% 정도는 우울증, 또는 우울 증상을 동반한 적응 장애에 시달린다고 한다.

한편 노년기 우울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신체적·신경학적 검사와 최근 약물복용 여부 등 광범위한 검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약물치료는 항우울제 또는 증상에 따라 항정신병약, 항우울제를 병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함께 정신치료로는 인지 치료가 주로 시도되고 있다. 이는 우울증을 지속시키는 부정적 사고에 대해 환자 스스로 인지하고 이를 수정하게 하는 심리적 치료법이다.

이같은 인지치료의 목적은 행동과 생활양식을 바꾸는 것이다. 이밖에 행동치료를 통해 우울 증상을 경감시키는 행동을 긍정적으로 유도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노인들의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사회와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이다. 우울한 사람이 타인에 대한 관심을 잃고 스스로 피하려고 하는 경향은 주변 친구나 가족들의 지속적인 격려와 관심에 의해 경감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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