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중 | 서울강동소방서 예방과장

20여년 전만해도 가정에서 취사용으로 주로 이용되던 것이 LP가스다. 하지만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도시가스가 널리 보급되면서 일반 가정에서는 LP가스를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됐다.

물론 일반 가정에서 쓰지 않게 됐을 뿐 여전히 LP가스는 애용되고 있다. 비용이 저렴하고, 가스용기의 이동이 편리하다는 장점 때문에 무허가촌이나 음식점, 영세업체에서는 주요 연료 공급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LP가스의 편리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장점에 버금갈만한 단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바로 LP가스는 화재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어 서민들의 경제생활에 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한 순간에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기도 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08년 9월 22일 여주의 한 상가건물에서 발생한 LP가스 폭발 사고를 들 수 있다. 2층 건물 옥상에 있던 LP가스통에서 지하 다방으로 연결하는 가스배관 가운데 파이프와 고무호스의 연결부위가 이탈되어 가스가 새어 나온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공기보다 무거운 LP가스는 지하 1층 다방으로 내려와 바닥에 가득 찼고, 이내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1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다방업주와 상가건물주의 관리 소홀이 불러온 참사였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7월 15일 삼척시 모 교회 학습관에서도 LP가스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어린이들에게 간식을 주기 위해 찐빵을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불을 켜는 순간 폭발이 발생한 것이다. 이 사고로 10여명이 화상을 입은 것은 물론이고 400여만원의 재산피해도 났다.

특히 부상자 중 대부분은 초등학생들로 이들은 전신에 2, 3도 화상을 입었다. 평생 화마의 아픔을 겪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LP가스 사용 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LP가스용기는 직사광선이 들지 않게 전용보관실에 보관하고, 불볕더위가 계속될 때에는 차광막을 설치해야 한다.

또 배관과 호스 연결부분이 잘 조여 있는지 살펴보고 오래된 것은 미리 교체해야 한다. 아울러 장마철에는 대기 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누출된 가스가 공기 중으로 확산되지 않고 바닥에 머물게 되므로 사고 위험이 높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마지막으로 필자는 LP가스용기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LP가스통은 폭발물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물론 가스용기 자체는 안전하게 설계 제작된다.

문제는 현재 유통중인 가스용기의 노후화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오래된 가스용기는 받침대의 손상이나 부식으로 쓰러질 수 있고, 용접 부위에 생기는 미세한 구멍으로 가스가 누출되는 등이 이유로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이에 정부당국에서는 2011년부터 가스용기 사용 연한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제조된 지 26년이 지난 가스통은 폐기돼야 한다. 오는 2015년까지 폐기돼야 하는 용기만 433만개로 현재 유통량의 4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그러나 이미 폐기됐어야 할 용기가 버젓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만큼 국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LP가스용기 관리를 양심에 맡겨도 안심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