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해 무역교역량이 1조 달러를 넘어 세계 8위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하는 등 불과 수십 년 만에 극빈한 경제수혜국에서 경제원조국으로 발돋움 했다. 실로 그동안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경제 모범국가의 모습을 실현해낸 것이다.

국토가 작고 자원이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대단한 결실을 이루어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경제가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국민 모두의 노력이 큰 밑거름이 됐다. 또 기업의 광고카피에서도 ‘빠름빠름’이 등장하는 등 ‘신속함’을 미덕으로 여기는 국민성도 압축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급속한 경제성장이 꼭 좋은 결과만을 불러왔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 이면에는 산업재해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구태여 어두운 면을 들춰내고 싶지는 않지만,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 하지 않았던가. 어두웠던 과거를 접어두고서는 밝은 내일을 열어나갈 수 없기에, 지금 우리는 경제성장의 어두운 이면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국민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박 대통령은 최근 ‘어느 나라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람’이라며 인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근래 우리사회는 청년 취업난, 중소기업의 구인난, 치솟는 생활물가, 학교폭력, 흉악범죄의 증가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산재로 인한 인력손실과 경제적 손실도 확연한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말처럼 인재양성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올바른 인재양성 문화를 정착시키고 이를 통해 경제부흥과 국민행복을 일궈내기 위해서는, 어렵게 양성한 인재의 손실부터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것을 대통령과 새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지금 글로벌 경제위기, 고령화와 저출산에 직면한 우리의 현실에서 매년 출생자(48만여명)의 18%에 해당하는 9만여명이 산재로 인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액만도 18조원에 달한다. 즉 국민행복, 경제발전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 반드시 산재부터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18조원이면 연봉 5천만원 수준의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을 36만명이나 고용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닌가. 이 비용이라면 일자리 창출이나 복지를 위해 특별히 예산조정이나 추가 증세를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상쇄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산재를 어떻게 줄여나가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지난해와 올 초에 유독 많이 발생했던 화학물질 사고나 계절적 특성에 따라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사고들은 우리의 경제력과 기술력으로 결코 막을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이런 사고들은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 중시하는 우리사회의 사고방식, 이른바 안전불감증과 냄비근성 등의 습성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적으로 이들만 바로 잡아도 산재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입춘과 우수도 지나고 바야흐로 해빙기를 맞았다. 해빙기에는 축대붕괴 사고나 얼음이 깨져 익사하는 사고가 많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더불어 그에 대한 대책 역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해빙기에 얼음이 녹듯, 우리의 안전의식마저 녹아내리지 않도록 생각의 틀을 바꾸어야할 시점이 됐다. 그리하여 새로운 한강의 기적, 더 나은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 정부는 선심성 행정이나 실적위주의 정책보다 현장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문제의 답은 바로 현장에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돈이나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안전이 더 기본이 돼야 한다는 것을 대통령과 정부가 항시 되내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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