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재 대표 | 안전법인 더원(주)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 고개를 넘어 어느덧 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봄은 희망이자 새로운 시작이다. 그러나 봄이 무조건 좋은 의미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봄과 함께 달갑지 않은 손님들도 찾아오기 때문이다. 춘곤증과 해빙기 재난을 비롯한 각종 안전사고들이 바로 그것이다.

따뜻한 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나른함과 피곤함을 호소한다. 특히 점심 식사를 마친 오후 시간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졸음으로 큰 고생을 한다. 심지어 쏟아지는 졸음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아 자신이 무슨 질병에라도 걸린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춘곤증은 크게 염려할만한 질병이 아니다. 춘곤증은 겨우내 움츠려 있던 우리 몸의 기능이 봄을 맞아 갑자기 활발히 활동을 하면서 생기는 일시적이고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다. 즉 우리 몸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인 셈이다.

하지만 일반 질병과 마찬가지로 춘곤증 역시 증세가 심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례로 몸이 나른하고 주의력이 떨어지게 되면 산업현장에서 쉽게 안전사고에 노출된다.

안전보건공단이 지난 2011년의 산업재해를 계절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봄철에 발생된 재해가 2만4,000여 건으로 전체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의 사망재해를 보면 더 심각하다. 봄철이 가장 많은 540여건으로 전체 사망재해의 26%를 차지했다. 다시 말해 봄이 사계절 중 사망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계절로 나타난 것이다.

봄철에 빈발하는 재해는 ‘감김·끼임사고’로 분석됐다. 안전보건공단의 최근 10년간 재해 현황을 보면 3월에 감김·끼임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시간대는 오전 9시와 오후 2시경이었다. 이들 시간대가 식사를 막 마친 시점이라는 점을 볼 때, 결국 사고에 춘곤증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음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따라서 봄철에는 충분한 수면과 휴식, 그리고 스트레칭을 통해 춘곤증을 극복할 수 있는 몸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곧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춘곤증에 이은 봄철의 또 다른 복병으로는 ‘해빙기’를 꼽을 수 있다. 해빙기란 얼음이 녹아 풀리는 시기로, 2~4월이 여기에 해당한다. 기온이 0℃ 이하로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수분이 얼어붙으면서 토양이 부풀어 오른다. 그러다가 해빙기가 되면 동결되었던 지반은 다시 녹아 가라앉는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 해당 지반 위에 있던 시설물의 구조가 약화되고 결국 균열 및 붕괴사고로 연결된다.

그럼 이런 춘곤증과 해빙기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다양한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방법이 있지만 필자는 ‘안전의식의 강화’를 최우선 대책으로 꼽고자 한다. 따뜻한 봄철을 맞으면 몸과 마음이 나른해지면서 풀어지기 마련이다. 사람은 안전의식이 떨어졌을 때 주의를 하지 않아 실수를 하게 되고, 그 결과 사고가 발생한다.

안전 앞에선 결코 나른함과 풀어짐을 보여선 안된다. ‘설마’와 ‘적당주의’, ‘무관심과 무책임’, ‘방관자적 태도’ 등이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던 대형참사의 원흉이라는 사실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산업현장의 안전사고는 대부분 아주 사소한 문제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소홀히 하기 쉬운 표준작업이나 안전수칙 등 작은 것부터 지키면서 안전중심의 행동으로 바꿔야 사고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와 관리감독자는 봄철에 많이 발생하는 사고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현장 실정에 맞는 대책을 세워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사업주와 관리감독자, 근로자 모두가 한마음으로 안전의식을 더욱 단단히 조여 올 봄에는 한 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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