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환 | 쌍용양회 동해공장 환경안전팀

“神은 물을 만들었지만, 人間은 술을 만들었다” 프랑스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얘기다. 이 책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의 옥살이를 한 ‘장발장’을 중심으로, 사회에서 소외된 하층민들의 절망적 삶을 다룬 소설이다.

실제로 술은 인류와 함께 시작된 음식이었다. 별도로 술을 만들려 하지 않아도 과일 자체가 발효되어 술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술의 탄생시기가 인간보다 앞선다고도 볼 수 있다.

만약 지금 우리 사회에 술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평화가 올까, 아니면 혼란이 올까. 영국 런던 교외의 킹스턴이란 도시에 한글 표지판이 자그마치 300여개가 있다. Don’t Drink Drive, Mobile Phone off Please! 이 영문 글씨 아래, 유독 한글로 ‘음주운전 금지’, ‘운전 중 핸드폰 사용금지’를 친절(?)히 표기해 놓았다. 일본어, 중국어, 이슬람어, 서반아어, 프랑스어로 함께 병기된 표지판은 하나도 없다. 오로지 우리나라 한글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을 좋게 봐야 할까. 언뜻 보면 그런가 하지만, 깊게 보면 한국인들의 ‘음주운전’과 ‘운전 중 핸드폰 사용’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것은 우리의 한글을 불명예스럽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영국에는 한국인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프랑스, 일본, 중국, 미국인들이 더 많이 거주하고 있을 것인데, 음주운전하면 으레 한국인이 생각난다는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일생을 마감하는 기간을 ‘인생 Cycle’이라고 한다. 고사성어로는 生老病死로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다시 희로애락(喜怒哀樂), 즉 기쁠 때, 성날 때, 슬플 때, 즐거울 때를 경험하며 살아간다.

이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술이다. 어느덧 술은 ‘약방의 감초’처럼 하나의 기호품으로 사람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게 됐다. 술이 없는 사회는 ‘혼란의 사회’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충분히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이 있다. 감초는 약에만 들어가지만, 술에는 약과 독 모두 들어있다는 것이다. ‘술에는 장사가 없다’는 술을 이기는 사람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뜻으로, 그 이유는 술에 독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술 장군이라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이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 술을 마실 때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천천히 술을 마시게 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술이 사람을 제압하는 수준에 이르면서 그 사람의 의지는 무용지물이 된다. 결과적으로 술 장군이라는 말은 없다. ‘술의 노예가 되었다’는 말이 적절한 표현이다.

이스라엘 역사서인 탈무드에서는 술을 많이 마시면 “결과가 좋지 않다”는 종교적 의미를 띤 글을 볼 수 있다. 사탄이 포도나무를 심고 양, 사자, 돼지, 원숭이 등의 피를 순서대로 뿌렸는데, 나중에 포도를 술로 만들어 마셨더니 피를 뿌린 순서대로 변했다는 것이다. 술을 처음 조금 마셨을 때는 양처럼 온순하고, 조금 더 마시게 되면 사자처럼 용맹해지며, 지나치면 돼지처럼 지저분한 행동을 취하다가, 과하게 되면 원숭이처럼 추태를 보이게 된다는 술의 나쁜 과정을 표현한 것이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술자리를 갖는 근로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약간의 술은 어느새 과음이 된다. 술은 그만큼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술은 어른하고 배워야 한다”라는 옛말을 깊이 새겨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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