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위험요인 자기관리사업(위험성평가, Risk Assessment)은 올해 시범사업을 끝으로, 내년부터 전국 산업현장에서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 도입방안에 대한 연구를 시작으로 이 제도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강제적인 전면 도입보다는 시범사업을 통한 단계적 확산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라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시범사업을 통해 어느 정도는 효과를 봤다고 보지만 당초 기대만큼 위험성평가에 대한 기반이 조성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사업주의 인식, 컨설팅 전문인력, 근로자의 참여의식 등 주변 인프라는 눈에 띄게 나아져 보이지 않는다. 이 상태로는 내년 전면 시행을 맞는 이 제도가 무리없이 안착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입장에서는 이 제도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 기존 정부 주도의 획일적 정책의 한계와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바로 이 유해위험요인 자기관리제도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이 제도를 산업현장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시범사업 기간 중 발생했던 여러 문제점들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이 제도의 성패는 사업주가 얼마나 적극성을 갖고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사업주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주에게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불어넣어주는 교육이나 세미나 등이 좀 더 많은 장소에서, 좀 더 자주 개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불편을 감수하고 이 제도를 시행했을 때 얻게 되는 이점을 직접 피부를 통해 느끼도록 해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제도는 자율안전을 취지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사업장의 전체 근로자가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실제 현장에서 유해·위험요인을 단순명료하게 도출해낼 수 있고 개선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기법을 지속적으로 마련·보완해나가야 한다.

이외에 10인 미만 또는 공사금액 3억 미만 사업장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 여건상 소규모 사업장에 이 제도를 얼마나 잘 정착시키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이에 산업안전보건환경을 제대로 갖춘 대기업 보다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소규모사업장에 대한 지원을 확대 또는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기관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러한 점에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사고성재해 다발사업장 국고지원’에 이 사업을 포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유해위험요인 자기관리제도는 사업장내 유해·위험요인을 지속적으로 찾아 개선해 나가야 궁극적인 목적을 이룰 수가 있다. 기존 OHSAS18001이나 KOSHA18001과 같은 인증은 사업장내 안전관계자와 외부 컨설턴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사업장내 전체 근로자의 참여가 전제되어야만 하는 유해위험요인 자기관리제도와는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이 두 가지를 동일시할 경우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행정편의 및 전시위주로 치우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 점도 반드시 고려하면서 사업을 추진해나가야 한다.

유럽에서는 1989년 위험성평가 제도를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시행 후 7년이 지난 1996년부터라고 얘기들 한다. 따라서 우리도 조바심을 낼 것이 아니라 여유를 갖고 제도를 정착시켜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가 안착되는 시점을 시범사업 이후 최소한 10년 이상 후로 정하고 주변 인프라를 차근차근 구축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이 제도는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 정책의 완성체로써,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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