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 매슬로(Abraham Maslow)는 ‘인간욕구 5단계설’을 통해 인간의 욕구는 타고난 것이며, 욕구는 강도와 중요성에 따라 계층적으로 배열되어 있다고 가정했다. 인간의 욕구는 하위단계에서 상위단계를 향해 계층적으로 배열되어 있어서 그 하위단계의 욕구가 충족돼야 그 다음의 욕구가 발생한다는 소위 ‘욕구 단계설(needs hierarchy)’을 추구한 것이다.

매슬로에 따르면 첫 번째 욕구는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 두 번째는 안전 욕구(safety needs), 세 번째는 애정과 소속의 욕구(love and belongingness needs), 네 번째는 자기존중의 욕구(self-esteem needs), 마지막 다섯 번째는 자아실현의 욕구(self-actualization needs)이다.

매슬로는 이론적으로 단계가 낮은 욕구에서 높은 욕구로 진행된다고 밝혔으나, 현실에서는 이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시대나 나라마다 추구하는 서비스가 다르고 복지수준도 다르기 때문에 욕구 충족의 단계에서도 일률적인 모습만 보이지는 않는 것이다. 일례로 어떤 나라는 생리적 욕구가 강해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투자하는 반면 어떤 나라는 안전의 욕구가 강해서 안전 욕구의 해결에 더 많은 투자를 한다.
물론 그렇다고 매슬로의 이론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대체적으로 높은 수준의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하는 나라일수록 사회, 경제적 발전이 더 잘된 나라라는 점에서 욕구에는 분명 단계가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이 5단계에서 어느 단계에 와있을까?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기는 사실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기형적인 발전을 했다. 사회·경제적으로는 사실상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서있지만 안전부분은 개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즉 안전 욕구가 완벽히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단계의 발전을 이뤄낸 것이다. 이는 사회를 지탱하는 구조가 상당히 불안정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는 미흡한 안전단계를 시급히 보완해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한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이에 따라 먼저 정부는 국가의 재난 및 안전관리의 기본방향부터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때 그 검토의 중심에 서야할 것은 바로 어린이 안전이다. 어린이는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 주역으로, 이들의 안전 확보가 곧 안정적인 성장 동력의 확보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어린이 사고사망율은 2009년 이후 큰 감소세를 보이고 있긴 하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으나 그 중 가장 큰 원인은 우리의 안전관리가 성인에게 집중된 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성인은 이미 안전의식이 고착화되어 의식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다시 말해 교육과 관리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우수한 안전문화의 항구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이제 국가안전관리의 정책방향을 어린이 및 학생안전으로 선회해야 한다. 어린이 안전에 대한 집중관리는 단지 안전을 넘어 사회의 주요 병폐를 해결하는데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한 부모 가정 증가, 맞벌이 부부 증가, 국제결혼의 증가, 늘어나는 아동학대 및 성폭력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어린이의 안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사회의 역량을 집중하면 분명 이에 대한 해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제 어른들이 지혜와 지식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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