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96년 12월 12일 이른바 선진국들의 모임인 OECD에 가입을 하면서 선진국 진입을 향한 본격적인 발걸음을 띄었다.

출발은 매우 희망적이었다. 가입 당시 우리나라의 재해율은 0.99%(1995년 기준)로 재해율 집계 이래 처음으로 재해율 1% 미만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1996년에는 재해율이 0.88%를 기록했고, 1998년에는 0.68%까지 내려왔다. 실로 선진국 수준인 ‘0.5% 미만’의 재해율이 눈앞으로 다가온 듯 했다.

하지만 장밋빛 청사진은 그걸로 끝이었다. 그 이후 재해율은 무려 10년이 넘게 0.7%대에서 정체를 거듭했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급기야 정부는 특단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어려운 경기 속에 기업의 경제활동을 장려키 위해 펼쳤던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부분적 복원을 단행한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정부는 느슨해진 안전관리제도를 다잡고, 관주도의 안전관리를 탈피하여 민간 안전관리전문기관의 참여 폭을 대폭 넓혔다. 또 기업의 자율안전시스템 도입을 장려하는 등 안전문화의 확산을 위한 정책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이런 노력의 결과가 최근 몇 년 사이 드러나고 있다. 2010년에 기나긴 정체의 늪을 벗어나 재해율이 0.69%를 달성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재해율 0.65%라는 획기적인 성과를 이룩했다. 다시금 선진국 재해율인 0.5%대 진입의 희망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옛 경험을 통해 희망이 한순간 물거품으로 돌변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번만큼은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을 펼쳐 지금의 분위기를 흔들림 없이 이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와 산업현장이 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정부는 1993년 6월 발효된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 중 아직 남아있는 안전관리자 선임 요건을 개선해야 한다. 당시 특조법은 안전관리자 선임요건을 근로자수 30인에서 50인으로 완화했다. 현재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재해가 다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분에 대한 복원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2010년 산업재해 통계자료를 보면 50인 이하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80% 이상(전체재해자 98,645명중 79,797명)의 재해가 발생했다. 특히 1∼29인 규모의 사업장은 이보다 더 심각한 실정을 보여주고 있다.

근래 들어 산업이 자동화, 기계화되어 가면서 30∼50인 정도의 사업장은 스스로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자립적 기반을 갖춰가고 있다. 이를 반영하여 정부는 안전관리자 선임 기준을 예전대로 복원하고, 남는 행정력을 1∼29인 사업장의 안전관리활동에 집중 지원할 필요가 있다.

둘째, 근로자들이 자율안전시스템의 주축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더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아무리 정부가 훌륭한 정책을 펼치고 경영자가 강한 안전의지를 갖고 있다고 해도 근로자들이 이를 충실히 이행하려는 마음가짐을 갖지 않는다면 재해는 줄어들지 않는다. 이는 통계는 물론 여타 선진국의 사례에서도 충분히 검증된 사실이다.

그래서 주요 선진국은 이러한 부분에 정책적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Dupont사의 경우 신규 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자가안전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이것은 신규입사자가 작업 배치 전에 스스로 ▲본인이 작업할 작업장의 유해·위험요인 ▲작업에 필요한 개인 보호장구 ▲안전한 작업자세 및 위치 ▲안전한 작업안전절차 등을 학습하는 프로그램이다.

또 일본의 경우는 모든 작업의 안전교육과정을 공개된 장소에 구축해 근로자들이 스스로 교육프로그램을 선택·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운용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근로자 자기 주도형 안전관리 시스템’의 개발 및 조속한 정착이 절실하다.

이들 두 가지 사항의 달성을 위해 정부와 산업현장이 지금부터 역량을 집중한다면 머지 많아 우리나라는 선진국 재해율 0.5%미만의 진입을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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