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한인간공학회 김정룡 회장(한양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산재감소, 안전불감증보다 안전부지증 개념으로 접근해야


최근 인간공학이라는 학문이 경영혁신의 도구로써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융합학문인 인간공학은 현장에서 생산성 및 실용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도입됐다가 최근 들어서는 근로자들의 건강 문제에까지 영역이 확대되면서 그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올해 초 (사)대한인간공학회에 김정룡 회장이 새롭게 취임했다. 30년의 역사를 가진 대한인간공학회의 회장으로써, 향후 인간공학의 중요성과 실용성을 널리 알려나가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는 김정룡 회장을 직접 만나봤다.

Q. (사)대한인간공학회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대한인간공학회는 1982년 설립되어 현재 온라인 회원이 1,700여명에 달할 정도로 매우 큰 성장을 이루어왔습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가장 큰 화두가 ‘융합’이라는 점에서 보면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공학이라는 학문은 자체가 기계, 산업공학, 안전공학, 디자인, 심리, 휴먼에러 등의 분야를 포괄하는 것이고, 학회 회원도 이들 분야의 교육·연구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미래에 융합과학을 선도하는 학회로써 큰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올해 학회 회장으로써 취임하게 되셨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학회를 이끌어나가실 계획이신가요.

학회가 올해로 정확히 3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지금까지는 학회 내부적으로 성숙하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인간공학의 중요성과 실용성을 사회에 널리 알리는데 힘써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취지로, 학회를 보다 열린 학회로 만들어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재미있고 즐겁게 인간공학의 다양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게끔 해나갈 것 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학회도 점진적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산업현장에서 인간공학이라는 학문의 중요성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10년여 전에 근골격계 부담 작업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것이 바로 인간공학입니다. 현장 근로자들의 활동을 과학적·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유해요인 조사 등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제시한 것이 인간공학인 것이지요.

인간공학이라는 학문이 산업현장에 도입되지 않았다면 근골격계질환 및 질병에 대한 예방과 구체적인 보상 등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그동안 생산성 등에 가려 눈에 잘 보이지 않았을 뿐이지 실질적으로는 인간공학적 활동이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작업환경 개선 등 현장에 미친 영향도 상당히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석사과정의 인간공학적 인재(인간공학의 경우 학부과정이 없음)들이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지는 이제 5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얼마 되지 않은 시간 속에서도 현장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자리잡았다고 생각됩니다.

각 기업에서 인간공학 전문가들을 꾸준히 채용하는 현 상황을 볼 때, 앞으로 산업현장에서 인간공학 분야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현장에 미치는 영향도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인간공학 측면에 있어 우리나라의 현실을 짚어주시기 바랍니다.

대기업들은 인간공학의 혜택을 어느 정도 많이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입니다. 인간공학적인 시설개선의 여력이 없는 사업장은 물론, 인간공학의 중요성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업장도 매우 많은 상황입니다.

중소기업 현장에서도 인간공학적인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인간공학 분야의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위해 법제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 법제화를 추진했다 실패한 경험을 볼 때 법제화가 최고의 방법은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중소기업들은 할 여력이 없는데 법만 강화해놓으면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중소기업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를 감안해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 가운데, 계몽과 교육차원으로 접근하여 중소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인간공학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인간공학 분야에 있어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차이점이 있다면?

시스템 자체에 대한 이해도나 학문적 현장 적용 능력은 우리나라도 절대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역사와 인지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영진에서 인간공학을 잘 활용했을 때, 작업자의 만족도가 높아져 생산성도 올라가고 회사 브랜드 이미지도 올라가는 것입니다. 선진국들의 경우 이런 점에서 인간공학이 경영혁신의 도구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통적으로 인간공학은 작업환경 개선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것이 잘 이뤄지기 위해서는 조직과 행정력, 재원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선진국에서는 Organizational Ergonomics(조직인간공학) 등의 개념아래 이를 회사의 정책으로 밀고 나가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그 정도까지는 인식이 자리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술의 차이라기보다는 역사와 인식의 차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Q. 그렇다면 그 차이가 벌어지게 된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경영자, 중간관리자, 현장관리자 등 인간공학을 실행해야 하는 주체들이 인간공학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지속적인 교육(Continue Education)이 이뤄져야 하는데,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반면 우리는 매우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좋은 이론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 사례들을 적용하려는 노력들, 즉 기본교육들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위의 문제점과 관련해 개선방안을 제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인간공학을 한차원 더 발전시키고, 그 개념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위에서 말한 교육과 홍보활동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인간공학을 전담하는 상설조직이 회사마다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설인력, 상설기구, 상설부서 등이 있어 회사에 맞는 인간공학적 노하우가 축적돼야 합니다.

이에 대한 회사의 자발적인 노력과 범국민적인 홍보 및 교육, 여기에 고용노동부 등 정부의 뒷받침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다면, 위에서 말씀드린 문제점들이 상당부문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Q. 앞으로 산업현장에서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최근 근골격계질환자의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간공학에서 얘기해보면 근골격계질환은 생산성과 비례합니다. 즉, 생산성이 높아지면 근골격계질환의 발생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근골격계질환을 선진국형 질환이라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노동인력 당 얼마나 생산하느냐 하는 것이 생산성이기 때문에 기업 간의 경쟁이 지속되는 한 근골격계질환의 문제도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앞으로 이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근로자들의 건강입니다. 예전에는 작업환경을 바꾸는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작업능률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근로자들의 건강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해보면 프로스포츠에는 선수들의 몸을 별도로 관리하는 스페셜닥터, 코치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시켜줍니다.

이와 같은 개념의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신체관리 시스템이 적용될 때 작업자의 건강이 최상의 상태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전통적으로 해왔던 주변환경 개선, 위험물 개선 등과 조화를 이룰 때 인간공학에서 제기하는 최적의 안전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Q. 산재감소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산업재해의 근본원인은 교육으로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안전불감증’에 대한 개념입니다. 안전불감증이라는 것은 학문적으로 정의내리기가 사실상 어려운 개념입니다.

그 이유는 ‘불감’이란 용어 자체가 느끼지 못했다는 뜻으로, 굉장히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용어이기 때문입니다. 즉, 안전불감증은 정의 자체가 불분명한 용어이기에 그를 가지고 원인과 문제점을 해결해나가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안전불감증을 ‘안전부지증’으로 정의내려 사용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지’라는 용어는 알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즉, 안전부지증이란 안전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모른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대책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지요.

한 가지 예로 차가 고장이 난 것을 들어보겠습니다. 타이어가 펑크가 났으면 타이어를 교체하고, 미션이 고장났으면 미션을 새로 갈면 됩니다. 하지만 차가 노후했다는 진단이 나왔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답은 딱히 없습니다. 여기서 타이어와 미션은 부지증, 차의 노후화는 불감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불감증은 현상, 부지증은 원인을 얘기하는 것이 됩니다. 현재는 현상만을 얘기하니 치료가 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안전부지증은 어렸을 때부터 안전에 대해 철저한 교육을 하여 안전을 알게끔 하면 된다는 대책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즉, 안전교육으로 안전문제가 상당부문 해결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람은 실수할 수 있는 동물”이라는 개념 아래 사람들이 실수하지 않고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인간공학적인 조치를 취해나가다 보면 현재 철도, 항만, 항공, 교통, 산업현장 등에서 요구되는 안전에 대한 기준을 대부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될 때 안전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의 치료가 이뤄졌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사)대한인간공학회의 향후 계획을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인간공학 분야는 국제적인 정보교류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에 우리 대한인간공학회는 내년(2013년)에 아시아태평양 인간공학회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할 계획에 있습니다. 이 대회를 통해 우리나라 인간공학의 위상이 한층 강화되고, 국제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틀이 더욱 잘 갖춰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학회는 매년 일본인간공학회와 조인트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개최지를 양국으로 번갈아 가면서 매년 개최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에는 5월 25~26일에 제주 신라호텔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특히 이번 심포지엄의 경우 우리 학회의 30주년 기념학술대회와 같이 개최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학회는 일본 등 세계적 국가들과 지금까지 계속적인 교류를 해왔기 때문에 학문적·인적 네트워크가 굉장히 잘 갖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 행사에 많은 세계 학술 전문가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