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공업지구인 울산산업단지가 최근 50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1962년 1월 27일 특정공업지구로 공포됐으니, 올해로 정확히 반백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현재 울산산단에는 석유화학, 조선해양, 자동차, 전자 등의 대규모 공장과 기타 제조업종의 중소형 공장 등 총 3,100여개의 사업장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지난해 수출 1,000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국가 경제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실로 울산산단이 그간 한국중화학공업의 상징으로서 대한민국 경제와 산업을 훌륭하게 이끌어온 것이다. 그 노고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이 성원의 한편에는 거침없는 성장을 위해 희생된 가치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담겨져 있음을 산업현장의 관계자들은 알아주길 바란다.

최근 몇 년간 울산산단에서는 화재폭발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그 이유의 대부분은 언론 등을 통해 익히 알려진 바대로 안전관리 소홀 등 안전불감증이었다. 지금의 성장과 영광을 위해 ‘안전’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희생하지는 않았는지 울산산단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은 한번쯤 반성을 해봐야 할 것이다.

이는 여타 산업단지에도 해당된다. 울산산단을 비롯한 전국의 산단은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다. 하지만 산업안전에서도 기둥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경제와 안전은 상반된 것이 아니다. 함께 갈 때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바로 경제와 안전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수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지속성장의 첫 번째 조건으로 ‘안전’을 제시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때 생산성과 기술력이 향상되고, 이것이 결국 기업을 꾸준하게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게 그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문턱에서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OECD 34개국 중 경제성장률은 2위,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위를 차지하는 등 각종 경제수치가 우수한 면모를 보이고 있음에도 선진국이라는 칭호가 붙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와 더불어 그 나라의 수준을 평가하는 ‘안전’부문에서 여전히 개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산단에 있다. 우리나라는 전후 줄곧 성장일변도의 길을 걸어왔다. 사회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기업과 산업이 있었고, 이들이 주축이 되어 나라를 이끌어 왔다. 다시 말해 기업과 산업의 메카 산단에서 안전을 중시하는 문화가 퍼지면 이 여파가 빠르게 사회 전반으로 전이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감안해 우리 사회는 산단에 안전문화가 싹틀 수 있는 기반 을 조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먼저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은 기존 산단개발 및 관리 업무에 더해 안전업무에도 역량을 집중해야만 한다. 그간 산단공단은 안심일터 만들기 사업에 참여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해왔다.

허나 추진사업 대부분이 캠페인 등에 집중돼 체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향후 산단공단이 산단개발사업을 추진할 때부터 안전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펼친다면 기초부터 안전이 서있는 산단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또 고용노동부 등 안전관련 정부부처는 각 산단별 특성에 최적화된 정책을 펼쳐 해당 입주기업들이 안전관리를 중시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다양한 노력들이 모아져 산단이 경제의 중심을 넘어 안전의 중심으로 거듭나게 된다면, 안전선진국 대한민국을 향한 발걸음도 본격화될 것이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