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만 안전파트장 | 동우화인켐(주)

살다보면 결정을 내리기 힘든 경우가 매우 많다.

자식을 위해 이사를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회사를 옮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새로운 안전시스템을 적용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러한 것에 결정을 내리기 힘든 이유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경우 그 여파가 매우 크기 때문에, 즉 불확실성으로 인해 결정을 내리기 힘든 경우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정말 간편하게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1km 떨어진 친구집에서 기분좋게 술을 마셨다. 집으로 귀가할 때 당신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1km 밖에 떨어져있는 집까지 걸어가야 하나? 음주운전을 해야하나?

음주운전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귀가 따가울 정도로 많은 경고를 받았고, 엄격한 교육을 받았다. 당신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당연히, 차를 놔두고 걸어서 가는 것을 택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확인해볼 것이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13,000명이 음주운전으로 사망하고, 1,000명 이상의 음주보행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있다. 수치상으로 따져보면 당연히 음주운전 사망자가 높지만, 술이 취한 상태에서 걸을 것인가 운전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에는 사망자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보자. 이에 대해서는 km당 기준으로 음주운전이 위험한지 아니면 음주보행이 더 위험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km당 기준으로 볼 때 음주보행자가 음주운전자보다 사고로 사망할 가능성이 8배나 높다는 것이다.

물론 음주보행자는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할 가능성이 없지만 음주운전자의 경우는 다르다. 실제로 음주관련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36%가 동승자나 행인, 혹은 다른 운전자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감안하더라도 음주 보행은 음주운전보다 거리기준으로 5배나 많은 사망사고를 야기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당신은 술을 먹고 친구 집을 떠날 때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이처럼 안전은 한가지 시선으로, 한가지 잣대로 보지 말아야 한다. 한가지 방향으로 보았을 때의 결론은 언제나 똑같다. 이제 우리는 안전을 다른 사람의 생각에서, 때로는 반대방향에서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가끔 우리나라 연안에서 상어가 출몰한다. 그때마다 언론에서는 “식인상어 출몰 비상!” 이라는 문구로 대서특필한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바다근처에 얼씬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상어에 의한 공격은 연평균 68건 발생하고, 이에 따른 연평균 사망자는 5.9명에 불과하다. 전 세계 70억 인구 중 고작 5.9명이 상어에 의한 공격으로 사망하는 것이다. 전 세계 수많은 해변을 생각해보라. 얼마나 미약한 숫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코끼리는 매년 200명의 인간을 사망케 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에 대해서는 야단법석을 떨지 않는가? 그것은 우리가 주변의 언론, 영화,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주워 모은 인식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친근하게 흥을 돋우는 코끼리는 어린이 영화의 단골소재며 언제나 어린이의 친구다. 반면 상어에게는 필연적으로 악당 역할이 주어진다. 누가 더 위험한가? 상어인가? 코끼리인가? 통계를 보면 당연히 코끼리가 더 위험하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친근한, 만화영화의 단골소재인 코끼리는 위험하지 않다는 “전형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재해율이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몇 년째 재해율이 정체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도 음주운전과 상어처럼 전형의 관점에서 안전을 바라보고 있지 않는지 한 번 반성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안전은 전형의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안전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해석하고, 진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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