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있냐 등 폭언 수차례 이어져

이미지 제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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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대표에게 수차례 질책과 폭언을 들은 수습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지난 2020년 10월 사망한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냈다.

A씨는 지난 2020년 7월 홍보 대행 회사에 3개월 수습 기간을 거친 후 채용한다는 조건으로 입사했다가 그해 10월 회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입사 후 대표로부터 “낯빛이 좋지 않다”, “정신질환이 있냐”는 등 반복적으로 질책을 들었으며, 사망 전날엔 다른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폭언을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쓴 일기에는 “대표님의 말들이 자꾸 생각이 난다. 복기할수록 감정이 올라와서 힘들다”, “나도 일 잘하고 싶고, 안 혼나고 싶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유족은 A씨가 업무상 스트레스 때문에 숨진 것이라며 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이 “업무상 사유로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유족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과 주치의 소견 등 증거를 바탕으로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그간 우울증으로 인해 수차례 관련 처방을 받았는데, 직장 상사의 폭언이 이를 악화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는 2017년부터 2020년 마지막 회사에 입사할 때까지 여러 차례 이직을 경험했고, 이 사건 회사에도 3개월의 수습기간 후 채용을 조건으로 입사했다”라며 “이번에도 3개월 후 해고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상당히 느끼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A씨는 대표로부터 여러 차례 질책을 들었고, 사망하기 전날에는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도 폭언을 들어 극심한 수치심과 좌절감 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업무상 스트레스가 A씨의 우울증세를 크게 악화시켰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감정의는 ‘A씨가 경험한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는 업무상의 스트레스 외에도 대인관계에서의 스트레스 또한 스트레스 인자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제시했다”면서 “이는 업무상 스트레스가 A씨의 극단적 선택을 초래한 하나의 원인임을 인정한 것이고, 이러한 의학적 견해를 뒤집을 뚜렷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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