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지난 1월 경북 문경시 신기동 신기산업단지 육가공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소방관 2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혹시 남아 있을 사람을 찾기 위해 화염을 뚫고 뛰어들었다가 갑자기 번진 불에 변을 당했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한 해 평균 5명의 소방관이 순직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비극을 막기 위한 대책을 알아보자.

◇웨어러블 로봇의 도입이 필요
소방관이 화재진압 및 구조‧구급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강인한 체력은 필수다. 무거운 방화복, 공기호흡기 및 다양한 장비 등을 갖추고 현장에 투입되는 가운데 불안정한 환경에서 이 같은 장비를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부상자 구조, 건물 내부에서의 이동, 높은 온도, 유독가스 및 기타 위험한 환경을 견뎌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고도의 체력과 근력이 요구되는 배경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주목받는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은 소방관의 업무 부담을 덜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실제 일본에서는 지난 2021년부터 웨어러블 로봇을 공급하고 있으며, 일선 소방서에서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웨어러블 로봇을 적극 도입해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이 효과적으로 화재진압 및 구조·구급 작업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현장과 지휘부간의 완전한 소통체계 마련돼야
다음으로 화재진압 및 구조‧구급에 투입된 소방관과 지휘부간 완전한 소통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미국의 경우 인명수색이나 구조작업 등을 위해 소방관이 건물 내부로 진입하는 경우 영상 및 무선 통신이 가능한 통신장비를 사용해 소방지휘부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다. 현장 상황에 대한 실시간 보고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지휘부의 신속한 지시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현장 소방관과 지휘부간 무선통신은 가능하지만 영상통화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소방자동차에만 카메라가 탑재돼 있어 지휘부, 소방청 등에 현장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장 소방관과 지휘부간 영상정보도 실시간으로 송수신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인명구조 경보기 및 위치추적 장치의 첨단화
미국 등 선진국은 소방관 인명구조 경보기 및 위치추적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장치는 비상 상황에서 소방관의 위치를 추적하고, 필요한 경우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화재진압 및 구조작업 중 소방관이 착용하고 있는 인명구조 경보기 버튼을 누르면 소방관이 위험에 빠졌다는 것을 지휘부나 구조 대응팀에게 신속하게 알려준다. 위치추적 장치는 소방관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기능을 제공하여 구조가 필요한 소방관의 위치를 신속히 파악하도록 돕는다. 우리나라의 인명구조 경보기는 상용화되어 소방관의 움직임이 없을 경우 세팅된 시간 이후 경보해 주는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위치추적장치는 기술의 한계로 인해 지하 건물 등에서는 통신 불능으로 아직 실제 사용에 어려움이 있다. 위치추적장치를 첨단화하여 조속히 상용화할 필요가 있다.

◇RIT(Rapid Intervention Team)의 상세 도입
RIT(신속동료구조팀)는 화재진압이나 구조 작업 중에 위험에 빠진 소방대원을 구조하고, 긴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훈련을 받은 특수한 팀이다. 미국의 RIT는 화재출동 시 함께 출동하여 소방관이 건물 내로 진입할 때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가 소방관이 고립 상황에 빠지던지 구조를 요청하면 즉시 투입되어 위험에 빠진 소방대원의 안전을 확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나라에도 RIT가 있지만 소방관 구조를 위한 특수팀은 아니다. 긴급상황 발생 시 그때서야 RIT가 구성돼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RIT팀을 구성하는 데에만 20~3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소방관 구조에 대한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크다. 우리도 미국처럼 특화된 훈련을 받은 전문 구조팀을 꾸려 소방대원의 안전을 지켜줄 필요가 있다.

◇현장실무경험과 판단능력을 갖춘 소방지휘관 발굴 필요
소방관의 안전을 보장하고 불필요한 희생을 막는 데 있어 소방지휘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은 화재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신속한 판단을 통해 건물 내 진입 여부를 결정하는 등 소방대원이 안전하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따라서 현장실무경험과 신중하되 신속한 판단능력은 지휘관이 갖춰야할 필수 역량이다. 소방청은 풍부한 현장경험과 뛰어난 판단능력을 갖춘 지휘관을 적극 발굴해 배치하는 가운데, 이들이 체계적으로 육성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우리 국민들도 소방관이 안전해야 국민의 안전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이들에게 아낌없는 지지와 격려를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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