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법을 체계적으로 이행·준수해 나가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 변호사와 함께 해석이 분분하고 알쏭달쏭한 사례를 살펴보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보자.

오주연 변호사​​​​​​​(대한산업안전협회 법무지원팀장)
오주연 변호사(대한산업안전협회 법무지원팀장)


[사례]
A㈜는 K도시철도의 관리·운영과 관련하여, S시와 실시협약을 체결하고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방식)을 시행하는 사업시행자이다. A㈜는 민간투자사업을 시행하면서 K도시철도의 유지관리 업무를 B㈜에 도급을 주었다.

2022년 겨울, 제동장치의 결함을 확인하지 못한 채 철도차량에 출근길 승객들을 가득 채우고 운행하던 중 제동장치가 오작동하면서 해당 철도차량이 갑자기 멈추었고, 뒤따라오던 후속차량과 충돌,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70대 승객 1명이 사망하고, 차장과 승객을 포함한 3명이 2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중상을, 승객 11명이 경상을 입었다.

이 경우, S시장, A㈜ 대표이사 또는 B㈜ 대표이사 중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해석]
본건 도시철도차량은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5호 가.목에 따른 공중교통수단에 해당하고, 본건 사고는 도시철도차량의 관리상의 결함으로 인하여 이용자에게 발생한 중대시민재해인 것으로 판단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제9조 제2항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의 중대시민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규정하면서,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공중교통수단의 경우에 해당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 제9조 제3항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이 공중교통수단과 관련하여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한 경우에는, 그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정하여 중대시민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K도시철도차량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고 있거나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자는 S시장일까, A㈜ 또는 B㈜의 대표이사일까?

민간투자사업의 경우, ①사회기반시설의 준공과 동시에 해당 시설의 소유권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며, 사업시행자에게 일정기간의 시설관리운영권을 인정하는 방식, ②사회기반시설의 준공과 동시에 해당 시설의 소유권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며, 사업시행자에게 일정기간의 시설관리운영권을 인정하되, 그 시설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협약에서 정한 기간 동안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는 방식, ③사회기반시설의 준공 후 일정기간 동안 사업시행자에게 해당 시설의 소유권이 인정되며 그 기간이 만료되면 시설소유권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는 방식, ④사회기반시설의 준공과 동시에 사업시행자에게 해당 시설의 소유권이 인정되는 방식 등으로 나뉘어진다(민간투자법 제4조 참조).

본건 K도시철도차량의 경우에는 그 중 ②번인 임대형 민간투자사업의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고, 이 때 실시협약에서 S시가 도시철도차량을 임차하는 것이기는 하나, 사업시행자인 A㈜가 관리운영권을 보유하고 있는바, S시와의 관계에 있어서, 도시철도차량에 대한 실질적 지배·운영·관리는 A㈜가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A㈜는 유지관리 업무를 B㈜에 도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제9조 제3항에 따라 K도시철도차량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해석된다.

이 때, B㈜도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도급인인 A㈜와 수급인인 B㈜가 모두 실질적 지배·운영·관리를 중첩적으로 하고 있다거나 B㈜는 실질적 지배·운영·관리를 하고 있고, A㈜는 실질적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다고 해석하여, A㈜와 B㈜ 모두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를 부담하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에 해당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는 ‘관리의무’이고,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러한 관리의무를 도급인과 수급인에게 동일하게 부과한 것이 아니라,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관리 여부를 강화하고 규율하고자 하는 것이 법의 취지이며, 이에 중대재해처벌법 제9조 제3항에 의하여 도급인이 실질적 지배·운영·관리의 영향력을 행사할 능력이나 지위가 있다면, 그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도급인이어야 한다는 것을 논거로, 도급인·수급인 관계에 있어서는 도급인이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위와 같은 견해 중 어느 것이 맞는지에 관하여는 구체적 사안에 있어 법원의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형사책임을 규정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그 책임주체를 특정하는 것은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도급인과 수급인이 공범의 정도에 이르지 않는 이상, 각별로 위험의 통제 및 관리를 누가 하고 있는지 즉,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일러두기]
(본 칼럼의 사례는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중대재해처벌법 중대산업재해 질의회시집’에서 일부 발췌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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