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수급액 약 113억 2500만원, 정부 “형사고발 기준 강화”
고용노동부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및 ‘노무법인 점검’ 결과 발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이미지 제공: 뉴시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이미지 제공: 뉴시스)

산재보험 부정수급 사례가 감독당국에 의해 대거 적발됐다. 노무법인이 이른바 ‘산재 브로커’ 역할을 하면서 산재근로자가 받아야할 재해보상금의 30%를 수임료로 떼어가는 사례도 파악되면서 정부는 제도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및 노무법인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산재 부정수급 문제가 지적되자 같은 해 11월 1일부터 12월 29일까지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에서는 근로복지공단 등 각종 신고 시스템 등을 통해 접수되거나 자체 인지한 883건을 조사했으며, 그 결과 486건(55%)의 부정수급 사례가 적발됐다. 적발된 금액은 약 113억2500만원에 달한다.

이 장관은 “적발된 부정수급 사례에 대해서는 현재 부당이득 배액징수, 장해등급 재결정, 형사고발 등 조치 중에 있고 부정수급으로 의심된 4900여건에 대해서는 근로복지공단이 자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 장관은 “부정수급자에 대한 형사고발 기준을 강화하고 전담부서를 확대 개편하는 등 부정수급 예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노무법인 등 위법 의심 정황 포착…보상금 30% 떼가
이번 감사 과정에서 일부 노무법인 등의 위법 의심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난청을 앓던 재해자 A씨는 노무법인이 선택한 병원에서 난청 진단을 받았다. A씨 집과 먼 병원이었지만, 법인과 거래하는 병원이라는 설명을 들었고, 병원 이동 시 법인 차량으로 데려다 줬으며, 진단 및 검사비도 법인에서 모두 지급했다. 결과적으로 A씨는 소음성 난청을 승인받고 약 4800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받았았다. 하지만 노무법인에 수임료로 1500만원(30%)을 내야했다. 또 다른 재해자 B씨 역시 관절염 진단을 노무법인이 추천한 병원에서 받았고, 재해보상금의 30%에 해당하는 700만원을 수임료로 받아갔다.

이 밖에도 근골, 난청 등 산재 상담과 신청을 변호사나 노무사가 아닌 사무소 직원이 전담하는 ‘사무장’ 사례도 적발됐다. 근골, 난청 등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찾은 C씨는 산재 소송 과정에서 담당 변호사를 단 한 번 만나고 나머지는 모두 사무소 직원이 담당했다고 밝혔다.

D씨 역시 근골 및 난청 관련 상담과 산재 신청은 노무사 행세를 한 직원이 전담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2000만원을 받아갔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해 이 장관은 “지금까지 파악한 위법 정황을 토대로 공인노무사 등 대리 업무 수행과정 전반을 조사하고 노무법인과 법률사무소 등 11개소에 대해 처음으로 수사 의뢰했다”며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공인노무사에 대한 징계, 노무법인 설립 인가 취소 등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용부, “산재 보상제도 전반 살펴볼 것”
고용부는 이러한 실태를 감안해 산재 보상제도 전반을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고용부는 업무상 인정 기준인 ‘질병 추정의 원칙’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원칙은 근로자의 부담을 완화하고 쉽고 빠르게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도입한 제도이지만, 법적 위임의 정도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운영됨에 따라 그 적용에 있어 현장의 혼란이 있다는 게 고용부의 분석이다.

또 소음성 난청도 문제점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소음성 난청은 판례 등에 따라 소멸시효 기산일이 ‘진단일’로 변경되면서 청구권 소멸시효가 사실상 사라진 가운데 산재 인정 시에도 연령별 청력 손실 정도를 고려하지 않아 과도한 보상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이로인해 위법행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고용부의 판단이다.

실제 소음성 난청 산재 신청자 중 60대 이상 고령층 재해자가 전체의 93%를 차지하고 있으며, 신청 건수 역시 2017년과 비교해 6.4배(2239건→1만4273건)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상급여액도 5.2배(347억원→1818억원) 늘어났다.

이외에도 고용부는 산재보험 요양이 장기환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전체 요양환자의 48%가 6개월 이상 장기요양환자다. 그 원인으로는 ▲상병별 표준요양기간의 부재 ▲요양 연장을 위한 의료기관 변경 제도 이용 ▲저조한 집중재활치료 실적 ▲민간산재병원 관리 부적정 등을 꼽았다.

이 장관은 “목통증인 경추염좌는 건강보험 대비 치료 기간이 2.5배 더 길고, 진료비는 3.7배 더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실제로 한 재해자는 2019년 6월부터 현재까지 전문치료를 이유로 57회, 생활근거지 변경을 이유로 7회씩 의료기관을 변경하며 4년 이상 요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장관은 “고용부는 앞으로 산재보험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게 근로자들이 충분한 치료와 재활을 통해 사회와 직장복귀를 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다하겠다”며 “향후 감사 지적사항을 포함한 여러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1월 발족한 ‘산재보상 제도개선 TF’에서 외부 전문가들과 문제점을 하나하나 개선해나가겠다”고 했다.

◇노동계 “극히 일부 사례로 여론 호도”
이러한 특정감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20일 오전 성명을 통해 “감사 착수 전부터 증거도 불충분한 여당의 ‘산재 카르텔’ 주장에 적극 동조하며 무고한 산재환자들을 ‘나이롱’이라 칭하고 온갖 비리 집단으로 내몰았지만 막상 결과는 그 실체를 전혀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부정수급 의혹 사례로 접수된 883건 중 486건(55.0%)이 부정수급 사례로 적발됐고 적발액은 약 113억2500만원이라고 했는데, 지난해 산재 승인건수와 비교하더라도 0.3% 수준에 불과하며 보험급여 지출액 7조2849억원과 비춰봐도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며, “부정수급은 철저히 조사하고 걸러내는 것이 맞지만 과연 이 정도를 가지고 산재 카르텔이라고 주장할 만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노총은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정부가 무책임하게 던진 언행들로 인해 그 피해와 고통은 고스란히 산재환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극히 일부의 부정수급 사례를 가지고 산재환자 대부분을 실체 없는 카르텔로 몰면서 공정하게 산재로 인정받은 노동자들까지 부정 수급자로 취급 받는 등 고통을 받고 있다”고 거세게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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