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현장은 안전관리자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법 강화에 따라 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하는 사업장이 확대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 시행으로 안전관리자에 대한 수요가 전 산업에 걸쳐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안전관리자 품귀 현상’이다.

현장에서 안전관리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은 사업장의 안전관리 강화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문제는 수요와 공급에 엇박자가 발생하면서 대기업 등으로 안전전문인력이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선 ‘안전의 양극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안전관리자 수급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었던 건설업 안전관리자 양성 교육을 연장하고, 비건설업에서 실무경력이 5년 이상인 사람이 양성 교육을 이수한 경우 중소기업의 안전관리자로 선임할 근거를 마련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진입장벽을 낮추고 현장경험을 갖춘 안전관리 인력을 수급하겠다는 것이다.

현장의 위험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근로자가 안전관리자로서 역할을 수행토록 하는 것은 매우 적절한 결정으로 보인다. 현장에서의 풍부한 경험은 유해‧위험요인을 발굴하고 사업장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다만, 실효성 확보가 문제다. 안전관리자는 안전에 관한 기술적인 사항에 대해 사업주 또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보좌하고, 관리감독자에게 지도‧조언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풍부한 현장 경력을 갖춘 사람이라도 한 번의 양성 교육을 통해 재해예방에 관한 기술적 사항과 안전관리에 관한 법적 사항, 행정적 사항까지 모두 섭렵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안전관리자로서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안전관리자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안전관리 업무를 겸직하는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안전보다는 품질, 생산 등의 업무에 더 중점을 두는 근로자가 여전히 많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사업주의 인식부터 전환돼야 한다. 선임해 놓기만 하면 그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안전관리에 필요한 권한을 부여하고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정부는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 수행시간의 기준 고시 등이 제대로 준수되고 있는지 철저히 관리‧감독하면서 안전보건 업무에 적극 나설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안전관리 업무를 맡은 사람은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른 업무를 숙지하고 실천해야 하며, 안전수준 향상을 위해 자기 개발에 나서야 한다. 생명과 관련된 만큼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고, 부족한 부분은 안전 유관 단체에서 교육을 받아 채우거나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하며 전문성을 키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안전관리자가 사업장의 안전관리를 모두 다 수행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도 개선되어야 한다. 생산 관련 근로자는 생산활동에만 주력하고 안전활동은 안전관리자가 맡아야 한다는 이분법적 사고는 잘못된 생각이며, 이는 사업장의 안전관리 수준을 낮추는 절대적 요인이다. 산업현장을 둘러싼 모든 이들이 안전의 주체가 되어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 분야의 가장 큰 문제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재해가 지속적으로 다발한다는 것이다. 현장경험을 갖춘 안전관리인력이 일터에 적절하게 보급되어, 현장의 안전관리 역량을 키워나가며 재해가 줄어드는 이상적인 모습이 구현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