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환 현대모비스 CSO 인터뷰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다. 1977년 설립돼 국내 대표적 자동차 부품 기업으로 성장한 현대모비스는 현재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를 열어가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Autonomous), 커넥티비티(Connectivity), 전동화(Electrification) 분야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며, 미래형 이동수단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가운데 글로벌 경쟁사 중 최초로 수소전기차 핵심부품에 대한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하며 글로벌 양산 경쟁에서 주도권도 확보했다.
 

현대모비스의 이 같은 혁신적 행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로 안전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투자를 꼽을 수 있다. 실제 현대모비스는 최근 법정 규제 중심의 안전관리에서 벗어나 사전예방에 초점을 맞춰 위험(Risk)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고 있다.

건설업종에 특화된 ‘설계안전성검토(Design For Safety, DFS)’ 개념을 기계·제조업계 최초로 도입한 가운데 글로벌 기준에 걸맞은 설계안전표준을 수립해 전사적으로 적용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리스크 관리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안전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를 선도해 나가고 있는 김진환 현대모비스 안전보건부문장(전무)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진환 현대모비스 안전보건부문장이 설계안전성검토(DFS)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진환 현대모비스 안전보건부문장이 설계안전성검토(DFS)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안전경영 방침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근 정부가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자기규율 예방체계’의 현장 정착·확산에 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면서 산업현장에도 커다란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추세입니다. 안전이란 요소가 이제는 기업 경영에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분위기와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기업 스스로 위험을 체계적 그리고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예방해 나가려는 노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에 발맞춰 현대모비스는 “회사 사정이 어렵다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안전에 투자하라”는 그룹 차원의 안전리더십 기조 아래 ‘모든 업무활동에 안전보건을 최우선시 한다’는 경영방침을 선제적으로 수립하고 전사적 안전경영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안전조직도 크게 탈바꿈 했습니다. 기존 경영지원부문 산하 1실 3팀(26명)이던 안전조직은 안전보건부문으로 승격돼 현재 안전보건지원실과 안전운영실 등 2실 4팀, 사업장 5팀으로 100여 명이 넘는 큰 조직으로 대폭 확대됐습니다. 저도 경영지원부문장에서 현재는 안전보건부문장의 역할을 맡아 전사적 안전경영의 구체적인 이행과 실천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Q. 설계안전성검토(DFS) 제도의 도입 배경에 대해 설명 바랍니다.

본래 설계안전성검토(DFS)는 건설 분야에 특화된 제도입니다. 건설현장의 위험요소를 설계단계부터 파악‧발굴해 제거‧저감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국내에서는 2018년 건설기술진흥법에 신설돼 실시되고 있으며, 영국과 미국 등 해외 건설안전 분야에서도 ‘CDM(Construction Design and Management)’과 ‘PtD(Prevention through Design)’라는 제도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현대모비스가 국내 제조업종에서 생소하게 여겨질 수 있는 DFS를 도입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규제 중심 대응의 한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차세대 기술력이 접목된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를 선도하는 업종 특성상, 현행 규제를 준수하는 것만으로는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대응‧관리해 나가기 어렵습니다. 일반 제조업과는 달리 전기차 배터리 등 각종 부품별로 생산 공정이 복잡하고, 리스크도 상이한 까닭입니다.

두 번째로는 안전에 대한 투자가 손해가 아닌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ROI(Return of Investment) 관점에서 봤을 때 안전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의 든든한 토대가 됩니다.

예컨대 현대모비스가 현행 규제에 맞춰 공장을 건설하거나 각종 설비를 설치하면, 당장 피부에 와닿는 초기 비용은 적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수준의 안전 기준에 봤을 때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새로운 리스크 이슈 발생 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중복 투자가 거듭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근본적인 위험성도 개선되지 못한 채 잠재된 상태로 남아있을 우려도 매우 높습니다. 기업 경영 측면에서 불필요한 사후관리에 치중하게 되는 비효율적인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입니다.

현대모비스가 글로벌 안전 기준 충족을 넘어 이를 상회할 수 있는 사전 안전진단 역량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DFS의 개념을 도입, 업종 특성에 맞게 개선해 전사적으로 도입‧적용하게 된 배경입니다.

◇DFS의 운영 방식과 구체적 적용 현황이 궁금합니다.

DFS의 운영 방식은 크게 계획단계, 설계단계, 설비제작 및 준공 단계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먼저 계획단계에선 프로젝트 특성별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적용할 안전설계 사양을 검토합니다. 특히 여기에는 현대모비스의 최신 설계안전표준이 고려됩니다.

다음으로 설계단계에선 이 같은 안전설계 사양이 적절히 반영됐는지 모니터링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 킥오프(Kick-off) 회의가 진행되며, 위험성평가 범위 및 시점에 대한 협의도 함께 이뤄집니다.

최종적인 설비 제작 및 준공 단계의 경우 안전설계 기준에 맞춰 설비가 제작·배치돼 위험요소가 적절히 제거·저감됐는지 여부 등을 확인합니다. 특히 이때 미흡한 부분은 개선해 반영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데이터베이스(DB)화 하여, DFS 운영의 적정성과 효율성을 지속 업데이트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현재 현대모비스의 DFS는 지난해부터 생산거점 건설 설계와 준공 단계에 걸쳐 의무 적용 중에 있습니다. 앨리바마와 조지아 주에 위치한 북미 전기차 대응 공장, 스페인과 체코 등 유럽 배터리 공장, 국내 신규 통합물류센터와 연구소 신축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총 17곳에서 DFS가 준용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설계안전표준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DFS의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글로벌 기준을 상회하는 설계안전표준 마련이 필수입니다. 현행 규정 준수만으론 산업군에 특화된 글로벌 수준의 설계안전표준을 정립하기 어려운 만큼, 그간 현대모비스는 DFS 도입에 앞서 국내‧외 관련 기준에 대한 탐색 및 조사부터 시작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자료를 수집하고 DB화하는 데 매진했습니다. 이를 통해 ▲일반안전 ▲기계설비 ▲전기 ▲물류 ▲건축 ▲화공 ▲소방/화재 등 7개 분야에 총 56개 표준을 제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표준은 작업장 통로·계단 설치부터 산업용 로봇 안전, 가스폭발 예방, 폐기물 보관장소 설치 등 광범위한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기술사급 이상의 자격을 갖춘 기술자문단의 검수를 받아 전문성을 확보한 가운데, 글로벌 인증기관의 최종 검수와 인증과정을 통해 신뢰도를 높인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표준에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 위험성을 저감할 수 있는 당사만의 설계안전 기준도 반영돼 있습니다. 창고 화재 시 배터리 모듈 자동 배출 진화시스템 구축, 배터리 복사열을 고려한 안전 이격거리 기준 마련 등이 단적인 예입니다.

◇전사적 안전역량 향상을 위해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현대모비스의 전사적 안전관리 패러다임이 ‘사전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최고 수준의 안전‧보건‧환경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지식혁명 심화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기술혁신이 이뤄지고 있어, 새로운 리스크에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수입니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현대모비스는 올해 초 국내 주요 생산거점의 중심지인 천안에 SH&E(Safety, Health & Environment) 아카데미를 오픈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본사의 안전보건교육기관인 이곳에서는 경영층부터 주요 협력사에 이르기까지 온‧오프라인 등 맞춤형 안전교육이 진행됩니다.

이 중 ‘SHE 전문가 양성 과정’이 대표적입니다. 이는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안전보건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며, 안전조직 구성원 뿐만 아니라 자사·협력사 임직원, 해외주재원까지 대상으로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외에도 현대모비스는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부품 공급망의 안전 확보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부터 국내 대표적 민간재해예방기관인 대한산업안전협회와 합동으로 전국 부품대리점에 대한 대규모 안전진단을 실시해 왔으며, 올 하반기에도 전국 1200여개소를 대상으로 안전진단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Q. 안전보건과 관련해 향후 계획 등에 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의 판도를 흔들고 있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 등은 일반적으로 우리 삶의 편리와 풍요를 추구하지만, 때때로 예기치 못한 안전 문제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새로운 기술 등이 접목될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현대모비스가 기존 규제 중심에서 탈피해 리스크의 사전 예방에 초점을 맞춰 DFS 적용, 글로벌 수준의 설계안전표준 마련 등을 추진해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대모비스는 앞으로 안전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를 열어가는 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국민들이 미래 이동수단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데 주력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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