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연장한 지급기일까지도 퇴직금 미지급
1·2심 "연장 합의…그 이후는 처벌 대상 아냐"
대법 "형사책임 배제하는 취지라고 볼 수 없어“

사용자가 근로자와 적법한 기간 내에 합의한 연장 지급기일까지 퇴직금을 주지 않았다면 형사처벌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달 13일 세탁업소 운영자 A씨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 강동구에서 세탁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직원 3명의 퇴직금 약 42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퇴직급여법에서 정하고 있는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한 부분에 대한 유무죄 판단이다.

A씨는 해당 사업장에서 약 16년간 근무했던 B씨가 지난 2021년 5월28일자로 퇴직하자 6월16일까지 퇴직금 2927만원 가운데 일부를 지급하고 나머지는 그 이후에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연장한 퇴직금 지급기일이 지났음에도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B씨에 대한 퇴직급여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기일연장에 합의했다면 그 이후 지키지 않은 기일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1심은 “단서 규정에 의해 기일연장에 대한 합의가 있었고 그 합의에 따라 연장된 지급기일을 지키지 않는 경우까지 위반행위에 해당돼 처벌대상이 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사용자가 근로자와 협의해 지급기일 연장 합의라도 하는 경우 사후에 그 지급기일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책임은 민사적 분쟁해결절차를 통해 묻도록 하는 것이 이해관계를 적정하게 조정하는 해석”이라고 봤다.

2심 역시 항소를 기각하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 판단은 달랐다. 퇴직금을 조속히 지급 받지 못했다면 퇴직급여법 제9조의 취지가 퇴색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퇴직금을 조속히 지급 받지 못한다면 부당하게 사용자에게 예속되기 쉽고, 근로자의 생활이 위협 받을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금품을 지급 받지 못할 위험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법 조항은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에 불과하다”며 “연장한 지급기일에도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사용자의 형사책임까지 배제하는 취지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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