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기사 월례비 지급 의사 합치, 계약 내용 고려
“수십년간 지속된 관행, 사실상 노동의 대가”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들이 건설업체로부터 받는 월례비(수고비 명목 비공식 수당)가 노동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월례비를 임금으로 본 법원 판단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례비 지급을 건설 현장의 대표적인 불법 행위로 보고 처벌 강도를 높이겠다는 정부의 시각과 배치돼 향후 수사 과정과 대법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제1-3민사부(재판장 박정훈)는 철근콘크리트 공사업체인 A건설산업 주식회사가 타워크레인 기사 16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월례비) 반환 소송 항소심에서 "월례비는 임금"이라는 취지로 A사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A사는 2016년 9월부터 2019년 6월까지 광주 지역 아파트 신축·재개발 공사장 6곳에서 원청인 시공사 2곳으로부터 형틀·철근공사를 하도급받았다.

시공사 2곳과 장비 임대차 계약을 맺은 타워크레인 회사들은 타워크레인 기사 16명을 공사장으로 보내 건설장비·골재를 운반하게 했다.

타워크레인 기사 16명은 현장에서 A사의 작업 지시를 받았고, 업계 관행을 이유로 A사에 시간 외(연장) 근무수당·월례비 명목으로 월 300만원가량을 요구했다.

A사는 타워크레인 기사 16명에게 월례비 6억 5480만 원과 시간 외 근무수당 1억 4330만 원을 지급했다.

A사는 이후 월례비는 부당이득이라면서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타워크레인 기사들과 계약을 체결한 바 없고, 공사 지연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월례비를 지급했다는 취지다.

반면, 타워크레인 기사 16명은 A사가 사실상 사용종속관계 또는 파견 관계에 있는 기사들에게 일을 지시하고 임금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1심은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작업을 시키는 지위에 있던 A사가 기한 내 공사 완공 등의 유리한 판단을 통해 월례비 지급 결정을 했다"고 봤다.

A사가 도급사에 (월례비 지급 주체) 개선을 요구할 경우 발생할 불이익과 공기 단축의 유리한 점을 고려해 스스로 월례비를 지급한 만큼,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부당이득 반환 의무가 없다는 뜻이다.

1심은 다만, 원청과 타워크레인 회사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인 월례비를 하도급업체에 전가하는 것은 근절해야 하는 관행으로 판단했다.

2심도 기사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유가 달랐다. 2심은 "월례비는 수십 년 동안 지속해온 관행으로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가지게 됐다"고 봤다.

2심은 "A사와 기사들 사이 월례비 지급 의사 합치가 있던 점, A사가 시공사와 계약 시 월례비 부담을 포함해 계약한 점, 월례비 지급과정에 기사들이 작업을 거부했거나 강제한 점이 없는 점, 만약 기사들이 작업을 거부해도 A사는 시공사에 비용 청구 등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해 A사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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