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2023년 산업안전보건감독 종합계획’ 발표
빅데이터 분석 활용 고위험 사업장 선별‧집중 관리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뉴시스)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뉴시스)

올해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감독은 ‘처벌’이 아닌 ‘예방’에 초점을 맞춰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따른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 지원을 위해 ‘위험성 평가 특화점검’을 올해부터 새롭게 도입‧시행하는 가운데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고위험사업장을 선별해 밀착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고용부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23년 산업안전보건감독 종합계획’을 31일 발표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터에서 중대재해(재해조사 대상)로 인한 사고사망자 수는 644명으로, 2021년 대비 39명 감소했다. 하지만 추락, 끼임, 부딪힘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되지 않아 발생한 사고사망자 수는 421명으로, 여전히 전체 사고사망자 수의 절반 이상(65.4%)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용부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배경으로 기존 산업안전보건감독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간 법 위반사항을 적발해 처벌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기업에서 감독을 통해 적발된 것만 개선하는 행태를 보이는 등 현장에서의 자율적인 예방역량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게 고용부의 판단이다.

이에 고용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산업안전보건감독은 기업 노‧사가 스스로 위험요인을 진단‧개선하는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예방 노력에 따라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데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를 위한 핵심수단으로 ‘위험성 평가’를 중심에 두고 모든 점검과 감독에 적용할 계획이다. 다음은 올해 고용부의 감독계획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정기감독, ‘위험성 평가 특화점검’으로 전환
올해 산업안전보건감독의 기본은 ‘위험성 평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기존의 정기감독이 올해부터 ‘위험성 평가 특화점검’으로 전환‧실시된다. 참고로 위험성 평가는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자율적으로 파악하고 해당 유해‧위험요인에 의한 부상 또는 질병의 발생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해 감소대책을 수립‧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고용부는 특화점검에서 이러한 위험성 평가의 이행‧절차에 대한 적합성을 살필 계획이다. 3대 사고유형 8대 위험요인, 아차사고와 산업재해에 대한 재발방지대책의 적정성과 개선대책의 효과성 등을 비롯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체제의 안전주체들에 대한 역할 등도 들여다 본다.

이를 위해 고용부는 사업주‧안전관리자를 비롯해 근로자와의 면담, 기업의 위험성평가 결과, 현장점검 등을 통해 ▲위험성 평가 실시 여부 ▲위험성 평가 근로자 참여 여부 ▲아차사고‧산업재해 반영 여부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 및 가장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위험요인 ▲위험성 개선대책의 실행 및 확인 여부 ▲위험성 평가 결과를 TBM(작업전 안전점검회의), 안전교육 등을 통해 근로자 등에게 공유‧전파하는 지 여부 등을 면밀히 확인할 방침이다.

고용부는 특화점검을 통해 지적된 사항에 대해서는 시정명령 또는 권고를 통해 자율적으로 개선토록하고,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거나 이행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에는 불시감독으로 연계할 계획이다.

특히 앞으로의 불시감독은 기존과는 다르게 진행된다. 종전에는 법 위반사항만 적발하고 행‧사법 조치 선에서 끝났다면, 앞으로는 근로감독관이 직접 위반 배경, 조직과 사내규정 등을 꼼꼼히 살펴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고, 위험성 평가의 필요성을 노사에게 주지시키는 후속조치가 이뤄진다. 즉 위반하게 된 배경이 조직의 부재인지, 역량 미흡인지, 지침‧절차가 불명확한지, 아니면 인력이 부족해 이뤄지지 않은 것인지 낱낱이 파헤치는 식이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 1년 동안 ‘위험성 평가 특화점검’의 경우 1만개소, 일반감독 및 특별감독 1만개소 등 총 2만개소에 대해 점검 또는 감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반감독은 사전 예방에 초점…점검항목에 위험성 평가 포함
올해 일반감독은 사전예방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화학사고 예방,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취약계층 보호, 건설현장 중대재해 예방 등을 목표로 핵심 분야별 위험요인을 발굴해 즉시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는 식이다.

이를 위해 고용부는 ▲공정안전관리(PSM) 수준 미흡 사업장 ▲질식 위험사업장 ▲고독성 화학물질 취급사업장 ▲사망사고 발생 건설업체의 전국현장 및 본사 등을 대상으로 감독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 유해위험 기계‧기구 보유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획감독과 같이 올해에도 사고 원인에 따라 동종‧유사 업종에 사고 확산 우려가 있는 경우엔 전국적으로 공통적인 사항을 적시 대응토록 하고,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하지 않는 등 산재은폐 행위에 대해서도 감독을 추진한다.

일반감독에서도 위험성평가 점검은 빠지지 않는다. 다만 위험성 평가 특화점검과 같이 심층적인 점검이 아니라 근로자와의 면담 등을 통해 이행‧절차의 적합성 정도를 살피고 위험요인 개선에 더욱 치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고용부는 중대재해 발생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사후감독은 3단계에 걸쳐 강도 높게 시행한다. 근로감독관이 중대재해 발생 장소 또는 작업에 한해 직접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고, 안전주체들에 대한 역할 이행 여부를 점검(1차)한 뒤, 이후 자율개선이 종료되면 확인감독(2차), 이행감독(3차) 순으로 연달아 진행되는 식이다. 즉 기존에 1회로 그치던 감독이 3회로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특별감독, 반드시 본사까지 포함…모든 점검‧감독 시 4개 필수항목 확인
동시에 2명 이상 사망하거나 최근 1년 동안 3명 이상이 사망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특별감독은 본사‧지사 분리 사업장이라도 반드시 본사를 포함해 감독을 실시할 방침이다.

특히 필요한 경우엔 본사 관할 다른 지역 사업장까지 확대하되 ‘위험성 평가’ 기반의 감독을 실시한다. 즉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경우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경영상 일체를 이루는 다른 사업장까지 감독을 확대한다는 게 고용부의 복안이다.

특히 고용부는 중대재해로 형이 확정된 이후 5년 내 다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한 처벌이 가중 의율(기존보다 1.5배 가중처벌)될 수 있도록 그간의 점검‧감독 결과를 분석한 자료와 위험성 평가 실시 여부 등을 증거로 첨부해 활용하는 등 병합‧집중수사할 예정이다.

아울러 고용부는 올해 시행되는 모든 점검과 감독에 ▲3개 사고유형 8대 위험요인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체제 ▲아차사고와 산업재해에 대한 재발방지대책의 적정성 ▲위험성평가 등 4개의 필수 항목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본사에 통보할 방침이다.

추락(비계, 지붕, 사다리, 고소작업대), 끼임(방호장치, LOTO), 부딪힘(혼재작업, 충돌방지장치) 등 3대 사고유형 8대 위험요인은 매월 2차례(2‧4주 수요일) 실시하는 ‘현장점검의 날’을 통해 한층 더 두텁게 관리하고, 이러한 위험요인으로 발생한 중대재해의 경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계획이다.

위험경보서 예시(출처: 고용노동부)
위험경보서 예시(출처: 고용노동부)

◇고위험사업장, 특별 관리대상 사전 고지…위험경보서 교부
고용부는 이처럼 올해 새롭게 도입‧시행하는 위험성 평가 특화점검과 일반감독 등의 대상선정을 위해 산업안전보건 관련 자료 기반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총 8만 개소의 고위험사업장(초고위험 사업장 2만 개소 포함)을 선별했다.

고용부의 각 지방노동관서는 선정된 사업장들을 대상으로 위험도와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점검‧감독 사업장을 선정하게 되며, 특히 고위험사업장에는 특별 관리대상임을 공문 등을 통해 사전에 고지해 기업 스스로 자율적으로 안전관리를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집중관리 할 계획이다.

근로감독관의 점검‧감독 방식도 기업별 위험요인을 사전에 분석해 방문하는 등 심층적으로 진행된다. 예를들어 컨베이어 보유사업장의 경우 다른 기업의 컨베이어 관련 사고사례를 수집‧분석해 재발방지대책 및 핵심 안전조치 등을 사전 학습한 뒤에 현장 점검‧감독을 수행하는 식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부터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점검‧감독 대상 기업에 ‘위험경보서’를 최초로 교부, 산재 발생 위험도에 대한 기업의 경각심을 높이고 노사참여와 협력기반의 사전 예방체계를 갖추는데 독려할 계획이다.

류경희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올해 산업안전보건감독은 ‘자기규율 예방 및 엄중 책임’ 원칙 하에 ‘위험성평가 특화점검’ 본격 실시 등을 통해 사전 예방체계를 구축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개편했다”라며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노사가 함께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스스로 파악하여 개선대책을 수립‧이행하는 위험성평가가 산업 현장에 확산‧정착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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