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논의
수사 229건 중 檢송치 34건·기소 11건 불과
작년 중대재해 사망 644명…법적용 대상 8명 늘어

고용노동부는 26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고용노동부는 26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 시행 1년을 맞았지만,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노동자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법 적용 대상 사업장에서 사고사망자가 늘어나는 결과가 나오면서 법 효과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26일 오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번 토론회는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 1년을 맞이하여 그간의 경과를 돌아보고,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 강화 및 기업의 안전 투자 촉진을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의 향후 개선과제를 논의하기 위하여 마련됐다.

이날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2022년 중대재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사고 건수는 611건, 이로 인한 사망자는 644명이다. 전년대비 각각 54건(8.1%), 39명(5.7%)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의 사고사망자는 256명으로 전년대비 8명(3.2%) 증가했다.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수사 역시 매우 더딘 상황이다. 안전보건관리체계 전반을 수사해야 하고, 수사 대상을 규명하기 위해 피의자, 참고인 조사를 광범위하게 하고 필요 시 압수수색 등도 이뤄지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해 말까지 고용부가 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에 착수한 사건은 총 229건이다. 이 중 수사를 마친 사건은 52건(22.7%)에 불과하며, 내사 종결(18건)을 제외한 나머지 177건은 여전히 수사 중이다. 고용부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34건이며, 이 중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11건 뿐이다.

검찰에 송치해도 기소까지 상당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검찰이 기소한 11건의 재해 발생부터 기소까지 기간은 평균 237일로, 약 8개월이 소요됐다.

전형배(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고 재판 결과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됨을 고려할 때 형사처벌 수준을 높여 산재를 예방하려는 철학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법률의 원래 의도대로라면 사망사고가 발생하여 신속하게 수사가 진행되고 형사재판을 통해 경영책임자가 엄하게 벌해지는 상황을 눈과 귀로 확인하여야 하는데, 수사와 재판 모두 매우 느리게 진행되면서 시행 1년이 되어가도록 처벌받는 경영책임자가 없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면서 “이는 법률을 너무 겁내지 말고 안전보건에 관한 현상을 유지하면서 좀 지켜보자는 신호를 기업에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26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고용노동부는 26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감독관은 사후조사보다 현장에서 사고예방에 힘써야”

현장에서 안전보건 감독을 하여야 할 감독관이 조사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등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형배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현황 및 과제’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 중대재해처벌법 1년간의 경험,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 수십 년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수사와 재판이라는 형사절차는 매우 느리고 그 제재의 정도도 미약하다. 충분치 않은 감독관 인력이 장기 수사에 매몰되면 현장 감독은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사망사고는 줄지 않을 것”이라며 “행정의 측면에서 사후적 수사보다는 감독관이 현장에 나가 위험·위해 작업을 사전에 중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망사고 발생 시 경영책임자를 산안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개정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은 가중된 구성요건의 범죄로 변경하여 그 수사권은 경찰에게 넘기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영국도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산안법 수사를 감독관이 하고, 기업중과실치사법 수사는 경찰이 한다”고 언급했다.
 

고용노동부는 26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고용노동부는 26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성룡(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수사의 특징’에 대해 발제하며 “산업재해치사죄는 부작위범, 중한 결과 발생을 요구하는 결과범이라는 점에서 ▲광범위한 정황증거ㆍ간접증거의 수집 ▲사업장 고유의 위험요인 및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필요한 구체적 의무 내용의 확인 ▲동종ㆍ유사 사업장의 평균적 인식과 비교한 이행 노력을 판단해야 하는 등 어렵고 복잡한 범죄 수사영역으로 수사가 장기화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현재 산업현장의 기업을 관리하는 전국의 근로감독관은 741명으로 1인당 2896곳의 기업을 담당한다. 인력의 부족이나 수사를 담당하는 근로감독관들의 업무의 부담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영국처럼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수사 등을 경찰이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문성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오히려 산안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과 관련된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죄는 검사의 지휘 하에 근로감독관의 수사대상으로 조정할 필요성에 대해 검토해 봐야 한다고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사고사망자 감소 위해 노‧사가 함께 현실적인 대안 고민해야”

이날 경영계와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과 향후 개선 방향을 높고 다시 한 번 정면충돌했다. 경영계는 안전에 대한 모든 책임을 기업과 경영책임자에게만 묻고, 과도한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처벌 만능주의 입법으로는 중대재해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어렵다며 법을 신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한다면 경영 책임자 정의를 대표이사로 한정하는 등 명확화하고, 벌금의 하한선을 설정하는 등 법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맞섰다.

 

고용노동부는 26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고용노동부는 26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형배 교수는 이와 관련하여 “경영계는 안전보건경영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보다는 법률을 지킬 수 없다는 집단적 의사표시를 하고 있고, 노동계는 처벌 수준의 강화만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령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 경영계는 운용 가능한 자율안전관리체계의 모델을 만들어 적극적인 실행 태도를 보여야 하며, 노동계는 기대한 수준의 엄벌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 개선의 측면에서도 “정부가 작년에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고려할 때 현재 9+4개로 구성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의 수를 줄일 필요가 있고 산안법을 통해 일반 중대재해를 처벌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은 그중 상습·반복, 다수 사망사고를 가중 처벌하는 등 산업안전법령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룡 교수는 “법률의 선한 목적에도 불구하고 실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목적 달성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문제는 없는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면서 “2024년 50인 미만 확대 적용에 대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고,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을 대가로 한 이익은 허용할 수 없다는 원칙 위에 경제적 제재의 방법을 검토하는 것 또한 백안시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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