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장관 “노동법제와 관행, 과거에 뿌리둬 경직적”
고용노동부, MZ세대 노조 간담회 개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1928아트센터에서 열린 MZ세대 노조 간담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사진제공 : 뉴시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1928아트센터에서 열린 MZ세대 노조 간담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사진제공 : 뉴시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임금·근로시간제도 개혁 방안에 대한 젊은 직장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MZ세대 노조 간부들과 만났다. 참석자들은 포괄임금제로 인한 장시간 노동 등 어려움을 호소하며 근로조건 개선의 근본 대책으로 노조 교섭력 강화 등을 요구했다.

이날 오전 서울 정동에서 열린 간담회는 고용부가 추진 중인 임금·근로시간 제도 개편과 관련해 MZ세대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마련됐다. 고용부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와 함께 주 52시간제 유연화, 성과 중심 임금체계를 구현할 구체적인 정책을 입안하고 있다.

이 장관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제가 노동운동을 했던 80, 90년대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노동시장을 둘러싼 경제사회 전반의 산업환경은 크게 변화했지만, 노동법제와 관행은 과거에 뿌리를 두고 현재에 안주하면서 변화하지 않는 경직적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요즘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블라인드앱에서는 '성과와 무관히 보상이 정해져 있어 열심히 일하면 바보가 된 기분에 의욕이 저하된다', '경력만 쌓이면 승진되는 것은 부당하다' 등 하소연이 많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며 "지난주 블라인드앱 설문조사에서도 현재 노동관련 제도를 바꿨으면 하는 바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MZ세대, 현재 회사 임금결정 기준 불공정

고용부는 젊은 직장인들이 바라는 보상 체계와 근로시간 제도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13~18일 블라인드 앱 이용자 24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현재 회사의 임금결정 기준이 공정한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한 사람이 2074명(85.5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면 공정한 보상인가'라는 질문에는 업무성과(841명·34.69%), 담당업무(608명·25.08%), 개인역량(594명·24.50%) 순으로 응답자가 많았고 근무년수(381명·15.72%)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적었다.

또 여가와 자기계발, 업무량 변동, 육아 등을 위해 근로시간 조정이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66.63%(1615명)는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교섭단위 분리해야”

간담회에 참석한 노조 간부들은 임금·근로시간제도 개편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주52시간제 개편보다는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포괄임금제의 폐지를 우선 과제로 언급했다.

오세윤 민주노총 화섬노조 네이버지회장은 "포괄임금 계약이 가장 큰 문제"라며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니 사용자가 노동시간을 기록하지 않고 장시간 노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조합원 전영빈씨는 "사실상 2인1조 근무가 불가능한데, 정부는 방만경영이라면서 근로여건을 저하시키고 있다"며 공공기관 노동자 노동조건 악화를 우려했다.

나아가 참석자들은 근본적으로 회사가 근로조건 결정에서 노동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복수 노조 사업장에서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개선 및 개별교섭 활성화 요구도 나왔다.

유준환 LG전자 사무직노조위원장은 "임금체계가 성과 중심으로 된다고 저절로 공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불합리한 부분에 이의를 제기하려면 힘 있는 노조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엽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위원장은 "생산직 노조가 사무직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에 교섭단위 분리가 필요하다"며 "기업도 개별교섭을 불이익으로만 받아들이는데,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간극을 좁히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LG전자와 서울교통공사, 금호타이어 MZ세대 노조의 경우 기존 생산 기능직 중심 노조의 단체협약을 비판한 노조들로 정부의 노동시장 개편 방향과 결을 같이 한다"며 "노동시장 제도 개악에 MZ노조를 들러리 세우는 책동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세대갈등을 과장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악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불손한 의도를 가진 대화였다"며 "한평생 노동운동을 했다는 장관이 참가한 5개 노조 간부를 너무 얕잡아 본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 장관은 이날 간담회 중 세대·노노 갈등을 조장하는 행사라는 지적을 받자 "그렇게 비춰서는 안 된다"며 "에코세대도, X세대도 만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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