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선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장(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정혜선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장(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얼마 전 국토교통부와 피자 회사에서 드론으로 피자를 배달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세종시에 위치한 세종호수공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신기한 마음으로 드론이 안전하게 피자를 주문자에게 배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앞으로도 드론을 이용한 피자 배달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제공될 것이라고 하였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식당 이용이 제한을 받자 배달서비스 이용은 급증하는 추세다. 대부분의 음식 배달은 오토바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배달 시간이 빠듯하고 배달 건수로 돈을 벌기 때문에 배달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느라 사고의 위험이 높다. 2018년에 사망한 청년 30명 중 12명은 오토바이 배달 중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처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오토바이 배달을 드론이 대신한다면 사고의 위험이 크게 감소될 것이다.

최근에는 화염과 연기가 심해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화재 현장에 드론이 투입되어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출한 사례가 있다. 특히 진입로가 좁아 소방차 접근이 힘들 때 드론이 출동하여 상공에서 소방약제를 뿌리고, 특수 장착된 카메라와 열감지 드론을 통해 화재 현장의 발화지점을 확인함으로써 신속하게 화재 진압에 활용하고 있다. 얼마 전 소방대장이 화재 현장에서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 드론을 활용하면 소방관들의 안전을 지키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건축물의 안전진단이나 급경사 절벽의 안전진단에도 드론을 활용할 수 있다. 건물이 무너진 경우 매몰자를 확인할 수 있고, 생존자도 발굴하여 인명을 구해내는데도 드론을 투입할 수 있어 드론의 활용가치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드론의 가장 큰 장점은 위험한 장소에 사람이 직접 들어가지 않고 일 처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높은 곳이나 좁은 공간에서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대신 수행하여 근로자의 안전을 지키는데 드론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168명의 근로자가 질식재해로 사망하였는데, 드론을 활용한다면 밀폐공간의 질식재해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드론은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드론의 활용도가 커질수록 사람들의 일자리가 감소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배달업무 종사자가 40만명을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자 배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배달 업무를 드론이 맡아서 한다면 배달종사자의 일자리가 크게 축소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4차 산업혁명을 더욱 빠르게 촉진시키고 있기 때문에 드론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마트 기술이 순식간에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 것이다. 이에 저항하고 이를 거부한다고 해도 세상은 빠르게 발전해 갈 것이기 때문에 변화에 대응하고, 신속하게 적응해 나가는 것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산업혁명이 촉발하던 시기인 18세기 말에 영국에서 러다이트운동이 일어났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계화로 일자리를 빼앗기게되자 기계 파괴운동이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러다이트운동은 산업혁명만이 원인이 된 것이 아니라 당시의 경제불황으로 인한 고용감소, 실업자 증가, 임금체불, 물가상승 등으로 실업과 생활고가 동시에 겹쳤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맞는 지금도 이 때와 유사하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이 동반되고 있기 때문에 러다이트운동이 발생했던 것과 같은 큰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기계를 파괴해도 산업혁명을 멈출 수 없듯이 시대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고 변화의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어서 이 시대에 어떻게 적응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드론을 비롯한 스마트 기술이 일자리를 상실하게 할 수 있지만,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대신 드론을 띄우고, 드론을 조정하고, 드론이 잘 운항하는지 감시하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변화되는 시대적 상황에 맞춰 역량을 개발하고, 적응하는 것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런 변화는 안전보건에 대한 대응에도 영향을 미친다. 직접 업무수행으로 발생하는 신체적 재해는 감소되어도 직무스트레스 등의 정신적 재해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드론 활용이 모든 문제를 개선해 주는 것이 아니고, 드론을 활용할 수 있는 여건과 분야도 제한되어 있지만, 새롭게 발생할 안전보건 문제에 꼼꼼하게 대비함으로써 스마트 기술이 갖고 있는 장점은 살리는 가운데 더욱 안전한 일터를 조성하기 위한 방안을 긍정적으로 찾아 나간다면 산업재해와 직업병을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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