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說

쿠팡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사고의 후폭풍이 거세다. 근로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위험에 노출된 채 작업을 하고 있었음이 속속 폭로되고 있다. 특히 쿠팡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에 국민들은 격노했고 회원 탈퇴 및 불매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쿠팡 화재사고는 국내 대형 물류센터가 화재에 얼마나 취약한 지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 층층이 쌓아올린 물건 탓에 스프링클러는 제 역할을 못했고 방화시설의 부재로 인해 불길을 초기에 제압하지 못했다. 건축법 시행령(제57조)은 연면적 1000㎡ 이상인 건축물은 방화구획을 정해 방화벽 등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 설비 구조상 방화벽으로 구획할 수 없는 창고 시설엔 예외를 두고 있다. 덕평물류센터가 바로 이 예외사례에 속했다. 컨베이어벨트가 건물 내부에 길게 이어진 구조여서 1만㎡ 마다 방화구획이 정해진 것이다. 물류센터 특성상 각종 포장재 등 인화성 물질이 가득한데다, 방화구획까지 넓으니 화재 시 큰 불로 번지기 쉽고 초기진압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덕평물류센터 화재를 완전 진압하는데 엿새가 걸린 것도 이러한 이유가 컸다.

쿠팡의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국내 직책을 내려놓은 시기 또한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쿠팡 측은 사고 발생 전에 이미 사임했다고 해명했지만, 큰 사고가 난 직후 공개됐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했다. 이번 사고를 빠르게 수습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줬어야 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더 발전된 기술력을 갖추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앞다퉈 연구하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기술력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 역시 ‘로켓배송’이라는 혁신적 서비스를 내세워 국내 대표 이커머스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여세를 몰아 지난 3월에는 미국 뉴욕증시에도 상장했다. 이러한 화려한 성장 이면에 안전은 어떠한가. 로켓배송 물류망 혁신에만 집중된 기업문화 속에서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번 화재사고로 인해 쿠팡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내몰린 형국이다.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달라졌으며, 제품 구매 의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안전과 근로환경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는 상황에서 제아무리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는다 할지라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이제라도 근로환경과 안전관리 개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해 신뢰를 잃은 기업은 더 이상 존립할 수 없는 시대가 됐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산업재해는 기업의 경영성과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업재해 예방이 곧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많은 기업에서 더 안전한 작업환경과 근로환경을 갖추기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세상이 도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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