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수의 마음 돋보기

문광수 교수중앙대학교 심리학과
문광수 교수중앙대학교 심리학과

스트레스가 산업재해를 증가시킨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고, 다양한 스트레스 관련 이론과 모델에서도 제시되어 왔다. 구체적으로 스트레스는 뇌의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을 점유하게 되어 근로자가 자신의 업무에 주의 집중을 하지 못하게 하고, 위험 단서에 주의를 덜 기울이게 하여, 실수를 유발하는 등 각종 사고를 증가시키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 또한 실수나 인적오류 유발이 다시 스트레스에 취약하게 만든다.

Murphy 등(1986)은 스트레스가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에 대해 제시하였다. 직장, 가족, 재정, 사회적 요인들과 관련된 스트레스가 불안, 피로, 낮은 근로 의욕, 음주와 같은 반응을 증가시키고 이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자원이 감소하여 정확성, 반응시간, 주의, 의사결정·판단·기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자원의 감소는 부적절한 장비 조작이나 위험한 행동과 같은 불안전 행동을 증가시키고 결국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며, 다시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반응과 자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악순환이 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실제 스트레스가 사고에 미치는 영향이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검증 되었을까? 스트레스와 안전행동 혹은 사고 간의 관련성을 검증한 국내 연구들은 아직 많지 않다. 하지만 기관사, 경찰, 항공사, 간호사, 운전자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들은 일관적이었다. 즉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수록 인지 실패가 증가하고, 안전 행동이 감소하며, 인적오류나 사고가 증가한다고 보고하였다. 일부 연구에서는 안전행동이나 인지 실패보다 사고 경험과 스트레스가 더 큰 관련성이 있다는 결과도 있었다.

해외에는 기업의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스트레스가 안전 행동과 사고에 미치는 효과를 검증한 연구가 있다(Fam, Kianfar, & Mahmoudi, 2010). 이 연구에서는 이란의 한 자동차 조립 회사에서 12개의 부서를 대상으로 부서별 불안전 행동과 스트레스 그리고 사고 발생 간의 관계성을 조사하였다. 스트레스로는 개인별로 대인관계, 업무 부담, 직무 흥미도를 측정하였고, 각 부서 별로 평균 값을 내었으며, 안전 행동은 설문이 아닌 부서별로 145~400회까지의 직접 관찰을 통해 부서별 불안전 행동 비율을 계산하였다. 그리고 부서별 사고 자료를 활용하였다. 불안전 행동과 스트레스가 사고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 스트레스가 높은 부서일수록, 불안전 행동을 많이 하는 부서일수록 사고율이 높았다. 그리고 불안전 행동보다 스트레스가 사고에 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스트레스가 불안전 행동 혹은 인적 오류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사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트레스가 불안전 행동을 증가시키는 영향을 추가로 고려한다면 사고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제669조)에는 직무스트레스에 의한 건강장애 예방 조치에 ‘작업환경·작업내용·근로시간 등 직무스트레스 요인에 대해 평가하고 근로시간 단축, 장·단기 순환작업 등의 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현장에 가보면 많은 기업들이 근로자들의 스트레스를 1년에 한번 정기적으로 측정을 하고 있다. 법적인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측정을 하지만 이 자료를 활용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스트레스 측정 자료를 부서별로 정리하여 트렌드를 분석한다면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부서를 알 수 있고, 그렇다면 그 부서의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예방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부서의 스트레스 수준이 사고의 전조 증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여 회사에 있는 스트레스 자료를 활용해 보자.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