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외국인 근로자 근로여건 개선방안’ 발표

외국인 근로자가 비닐하우스 등 불법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 받았거나, 근무 중인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장 변경이 가능해진다.

고용노동부는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외국인 근로자 근로여건 개선방안’을 지난 2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국적 30대 여성 근로자가 난방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숙소용 비닐하우스에서 숨진 채 발견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올해 1월부터 불법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한데 이어 ‘사업장 변경 사유’ 확대 등의 추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대책을 통해 사업장 변경사유로 새로 인정되는 주요 항목은 다음과 같다.

◇‘중대재해 발생 시’도 변경 사유에 추가
먼저 사업주가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등 숙소 용도가 아닌 불법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한 경우 외국인 근로자는 사업장을 옮길 수 있다. 이는 영세한 농어가에서 당장 새 숙소를 마련하고 시정하는 것이 어려울 것임을 고려한 조치다.
사용자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사업장에 중대재해가 발생하거나 외국인 근로자가 3개월 이상의 휴업이 필요한 신체적·정신적 부상 또는 질병을 입게 된 경우에도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주가 의무 가입해야 하는 출국만기보험 등 외국인 근로자 전용보험 및 사회보험에 미가입한 경우나 사용자뿐 아니라 직장동료, 사용자의 배우자 등에 의한 성폭행 피해가 발생한 경우도 사업장 변경 사유에 포함했다.

기존에도 사업장 변경 사유 중 하나였던 임금체불 인정 기준은 보다 완화한다.

앞으로는 현행 기준을 2개월 이상 연속되는 기준으로 명확화하고 월 임금 30% 이상을 2회 이상, 10% 이상을 4회 이상 밀리는 경우도 사업장 변경 사유에 추가한다.

노길준 고용부 국제협력관은 “정부는 이러한 내용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 변경 사유’ 고시를 개정해 이달 말 공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숙소 개선에 6개월 이행 기간 부여
정부는 이 밖에도 주거환경 개선 조기정착,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 외국인 근로자 보호 사각지대 해소에 나설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1월부터 시행 중인 불법 가설 건축물에 대한 고용허가 불허 조치는 사업주의 숙소 개선 계획 등을 전제로 이날부터 6개월간 이행 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숙소를 신축하는 경우에는 최대 1년이 부여된다. 그러나 숙소 개선이 기간 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재고용 허가는 취소된다.

농어업 등 사업자 등록이 되지 않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지역가입 적용을 기존 입국 후 6개월에서 입국 직후로 개선하기로 했다. 건강보험료도 최대 50%까지 지원한다.

한편 인력난을 겪는 농어업 등 이른바 ‘3D 사업장’에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고용허가제’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는 내국인 일자리 보호 등을 위해 첫 사업장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갱신을 거절한 경우 최대 4년 10개월의 취업활동기간 동안 5회 이내의 범위에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 휴·폐업, 폭행이나 임금체불 같은 부당한 처우 등 외국인 근로자의 책임으로 인한 사유가 아닐 시에는 횟수에 제한 없이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가 폭넓게 인정되지 않아 부당한 처우에도 사업장 변경이 제한되는 등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권침해 소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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