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허억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필자가 여기서 우려하는 바는 ‘한국에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보다 ‘그 심각한 교통사고에 우리의 감각이 무디다’는 것과 ‘한국의 위험한 교통상황에 우리 자신이 길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극히 위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 위험성과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9년 보험개발원은 크고 작은 교통사고로 죽거나 부상당한 사람이 130만 명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130만 명을 남한 전체 인구로 나누어 보면, 우리들의 사랑하는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할 확률은 2.5%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확률이 낮다고 느끼는 것 자체가 앞에서 말한 교통사고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이에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무서운 교통사고가 나 자신, 우리 가족, 사랑하는 자녀의 코앞에까지 다가와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자녀에게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 유형과 예방법을 습득한 후 자녀에게 꾸준히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런 교육에서 중요한 핵심은 다음의 세 가지가 아닐까 한다.

첫째, 보행자와 보행자간의 약속이다. 이는 우리 모두 무단횡단을 하지 말자는 약속이다. 지난 번 칼럼에서 어린이는 모방능력이 뛰어난 반면, 위기에 대처하는 행동능력은 떨어진다고 설명한 바 있다. 어른부터 무단횡단을 하지 않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어린이 교통사고의 50%, 전체 교통사고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무단횡단 사고는 대폭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보행자와 운전자간의 약속이다. 이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손을 들며 건너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면, 운전자는 손으로 ‘먼저 가라’고 양보해 주자는 약속이다. 흔히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는 ‘운전자가 멈춰 주겠지’라고 생각하며 먼저 가려고 하고, 운전자는 ‘보행자가 멈춰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멈추지 않으려 한다. 이때 사고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 분명히 손을 들어서 의사를 표시하자는 것이다.

셋째, 운전자와 운전자간의 약속이다. 이는 운전자들이 ‘하루에 10번씩만 양보하겠다’는 것을 마음먹고 실천에 옮기자는 약속이다. 과속, 난폭, 부주의에 따른 교통사고는 조금 빨리 가려는 조급한 마음에서 생긴다고 할 수 있다. ‘내가 하루에 10번씩만 양보하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운전한다면 조급한 마음에서 오는 교통사고는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우리 모두 나 자신과 내 가족의 안전을 위해, 그리고 우리의 자녀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금부터 당장 이 세 가지 약속을 실천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이런 노력을 꾸준히 실천할 때, 그리고 주변 이웃들이 이런 노력에 적극 동참해 줄 때, 우리 사회는 보다 안전한 사회로 발전해 갈 것이며 우리 자녀 역시 교통사고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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