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중 관장, 광나루 안전체험관

땅이 크게 흔들렸다. 이름하여 동일본 대지진이라 한다.

모든 국민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TV 앞에서 자연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했다. 검은 물이 산더미처럼 몰려오고 비행기보다 빠른 속도로 덮쳐 이 마을 저 마을을 쓸어가는 모습, 밀려오는 쓰나미에 배와 비행기, 차량 등이 휴지조각처럼 구겨진 모습, 이로 인해 한 도시가 통째로 없어진 모습 등 차마 두눈을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 이어졌다. 실시간 중계되는 텔레비전 앞에서 넋을 잃고 바라 볼 뿐이었다.

이런 모습은 영화 속 장면보다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수만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니 당시 일본에서의 혼란은 얼마나 심했을지 쉽게 짐작이 간다.

거대한 재앙에 그들이 어떻게 대처할지 눈여겨보았다. 얼마간 혼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들은 흔들림 없이 의연했다. 약탈도 사재기도 없었고, 고통을 밖으로 드러내지도 않았다. 일주일을 굶고 노숙해도 “구호품 안오냐”는 항의조차 없었으며, 슈퍼마켓마다 제한된 물건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공평하게, 공평하게”를 외치며 조금씩 양보하고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어디 이뿐인가. 사고 지역 외에 사는 일본인들은 백화점에서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사용을 자제하고 거리의 네온사인과 실내조명 사용시간을 최소화함으로서 재해지역 주민과 고통을 나누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 바 있다. 나보다 상대방을 위로하는 사랑의 기적,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과 품위를 세계인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누군가 말했듯이 일본인의 이런 모습들은 삶에 대한 허무주의적 태도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남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교육을 가정이나 학교에서 받았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이러한 행동들이 나왔다는 것이 전체적으로 보면 더 맞는 말 아닌가 싶다.

필자가 위의 일본 지진에 대한 일본인의 대처를 논한 것은 이같은 양보 의식이 우리나라 사회에도 만연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을 위하는 것,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은 각종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이 기본적인 덕목이 갖춰져야 우리나라도 안전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개인주의, 적당주의 등이 얼룩지면서 우리사회에는 ‘안전불감증’이라는 단어가 자리잡고 있다.

이는 산업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만 다치지 않으면 된다’는 개인주의적인 인식이 굳어지면서, 수동적이고 한계적인 안전관리 활동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남을 위하는 안전관리 활동이 펼쳐진다면 위험요인을 한 번 더 확인해보고, 위험하다면 그의 개선을 누구보다 더 적극적으로 요구해나갈 것이다. 또 위험요인에 한 번이라도 근로자들과 더 논해볼 것이다.

이번 일본 지진으로 원자력 발전소가 파괴되어 방사능까지 유출됐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같은 수준인 7등급의 원전사고로 인정했다. 언제까지 방사능 공포에 떨어야 하는지 기약도 없다.

이런 극단적 위기 속에 일본 소방대원들은 목숨을 건 작전까지 감행한 바 있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방사능 유출지역에서 수십일 간을 지낸 것이다. ‘희생’과 ‘배려’. 어떻게 보면 이 두 가지가 안전관리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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