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환 안전관리자, 쌍용양회공업주식회사 동해공장 환경안전팀

우리의 속언 중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이 있다.

이 구절은 ‘이미 잘못된 뒤에는 손을 쓴다 한 들 소용이 없다’는 표현으로 미리 준비를 하고 대비 했더라면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는 우리사회에서 부정적으로 비유되어, ‘바보’라는 표현으로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

물론 소를 잃고 난 뒤에 울타리를 고치는 목부는 분명 ‘바보’가 맞다. 하지만 필자는 이를 긍정적인 논리로 풀어보고자 한다.

소를 떠나보내고 외양간을 고치는 목부의 반성하는 자세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고 계속 방치하는 경우는 더 큰 문제이다. 외양간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면 나머지 소도 모두 잃어버리게 되고, 끝내 외양간을 폐쇄해야 하는 사태까지 불러오기 때문이다.

소를 잃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외양간의 울타리를 하나하나 고쳐나가는 자세는 어떻게 보면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의 산업현장도 다를 바가 없다. 여기에서 뛰쳐나간 소는 사고발생으로 인해 다친 근로자, 외양간은 회사의 난간을 비롯한 모든 방호시설, 외양간을 고치는 목부는 관리자를 포함한 전 직원에 해당된다고 보면 된다.

목부의 게으름은 안전에 대한 伏池不動(복지부동-마땅히 해야할 일을 하지 않고 몸을 사림)을 말할 수 있다. 이 伏池不動은 근로자가 마음 놓고 일할 수 없는 搖之不動(요지부동-흔들어도 꿈적도 하지 않음)의 상태를 만들게 하고, 이는 회사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쉽게 풀이하면 난간대가 없는 작업 장소에서 근로자는 작업에 최선을 다하기 보다 몸을 움츠리는데 더 신경을 쓰게 되고, 이는 작업능률과 직결되면서 그 기업의 생산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산재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기업의 이미지가 악화돼 결국 그 회사는 폐업단계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외양간을 보수치 않고 방치하다 외양간 전체가 비게 되면서 결국 외양간의 문을 닫는 모습과 매우 흡사한 모습이다.

최근 각 회사마다 안전의식이 상당히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안전한 대한민국이라고 자랑하기에는 아직도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왜일까? 구호로는 안전이 제일이요 우선인 것 같지만, 실제로 들여다 보면 안전경시 문화가 뿌리 깊게 잔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공학은 생명공학이다. 인명이 우선이며 사람은 재산이다. 하지만 기업 운영의 현실은 생산을 앞세워야만 살아남는다는 절박함 가운데, 사람도 금전 다음으로 밀려 있는 듯하다.

하인리히의 재해 코스트를 보면, 하나의 직접재해 손실은 넷의 간접재해 손실을 수반한다고 명시하는데, 실제로 맞는 논리이다. 다시 말해 하나의 사고를 방지한다 함은 다섯이라는 손실을 막는다는 것이다.

안전은 손실이 아니라 투자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외양간 고치기를 허술히 여기면 끝내 외양간을 비워 두거나, 부숴야하는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다. 실제로 산업현장에서도 웬만한 중소업체가 중대사고 한 건으로 문을 닫는 경우가 있다.

애초에 튼튼하고 견고한 외양간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사용하는 가운데 외양간은 허술해 질 수 있다. 비록 소는 잃었으되 반성하며 외양간 단속을 하는 것은 건강한 기업을 다시 이룩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아버지의 사고는 회사와 가족 모두의 사고이며 아픔이다. 우리 모두에게 최고의 선물은 바로 안전이 아닐까? 우리 모두 외양간을 다시 한 번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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