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고양소방서장

봄과 여름철 중간에 있는 지금, 화창한 날씨 속에 등산객들의 발걸음이 점차 바빠지고 있다.

산의 정기와 따스한 햇살을 동시에 머금을 수 있는 등산. 이 등산의 즐거움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등산 시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난번 ‘등산 시 준비요령’에 이어 이번에는 등산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와 그 예방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저체온증이다. 산에서는 평지와 달리 기온이 낮고 바람이 많이 부는 까닭에 실제 온도 보다 체감온도는 더 낮아진다. 처음 저체온 증상이 나타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는 2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서만 걸리는 것은 아니다.

한 여름이라고 하더라도 비, 바람으로 인한 날씨 변화로 급격히 체온을 빼앗겨 저체온증에 걸릴 수도 있다. 젖은 옷을 입고 있으면 평소보다 무려 240배나 빠르게 열을 빼앗긴다. 따라서 산행 중에는 될 수 있는 대로 땀이 나지 않도록 옷을 가볍게 입고 천천히 걸어야 하며, 반드시 여벌의 마른 옷을 준비해둬야 한다.

그리고 저체온증에 걸린 사람에게 술, 담배 같은 것을 주지 않도록 하자. 이런 것들은 피를 빨리 돌게 해서 열이 올라가는 느낌을 들게 하지만 사실은 시간이 흐르면서 체온을 더 떨어지게 하고 결국에는 몸의 중심 온도까지 낮춰 상태를 더 악화시킨다.

참고로 환자에게 무리한 운동을 시켜서는 안되지만 큰 위험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체온을 되찾으면, 자리에서 일어나 걷도록 하거나 가벼운 운동을 시키는 것이 피를 잘 돌게 하고 체온을 높이는 방법이다.

두 번째로 낙석으로 인한 사고다. 봄철에는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바위틈이 벌어져 낙석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경사진 곳과 바위벽 아래를 지날 때 항상 위험요인을 살펴야 한다. 또 암벽 등반을 할 때는 항상 헬멧을 쓰는 습관을 들이고, 낙석의 위험이 많은 바위에서 등반을 하거나 하강할 때는 로프에 걸려 돌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세 번째로 벼락사고다. 벼락을 유인하는 것은 사람의 몸 자체이지 몸에 걸치고 있는 금속이 아니다. 하지만 우산 등이 머리보다 위에 올라와 있으면 그것이 금속이 아니더라도 벼락을 유인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산길에 설치되어 있는 철계단, 전깃줄, 높은 나무, 돌출된 봉우리 등은 벼락을 맞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위험하다. 벼락은 주로 높은 곳에 떨어지니까 천둥 번개가 칠 때는 안전한 곳으로 빨리 대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등산을 할 때에는 하산 시의 부상 또한 주의해야한다. 산을 오를 때에는 보행 속도가 느리고, 발바닥 전체를 디디며 걷기 때문에 무릎 관절에 전달되는 충격이 적은 편이다. 반면 하산 시에는 발의 앞부분이 지면에 먼저 닿은 뒤 발뒤꿈치가 닿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신체 불균형 상태가 반복되면 관절에 미치는 충격은 커지고 낙상사고의 위험성도 커진다. 하산 시에는 속도를 과도하게 내거나 혹은 긴장을 풀고 몸에 힘을 뺀 채 내려오는 것은 피해야 한다. 만일 낙상사고를 당한 경우엔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골절이 의심될 경우 손상 부위를 잘못 건드리게 되면 2차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이 등산 시에는 날씨 변화에 따라 저체온증, 벼락, 낙석 등 다양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또 하산 시에 미끄러짐과 낙상사고도 빈번히 발생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침착함이다. 만약 사고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절대 당황하지 말고 구조대에 신속히 통보하여 이들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

종합해보면 등산 사고를 예방키 위해서는 등산객들의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가운데 남을 배려할 줄 알고 겸손해지려는 마음을 함께 가지고 있다면 보다 즐겁고 안전한 산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문제가 있는 산악사고 또한 크게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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