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용접 중 발화…공기 단축 위해 다수 근로자 투입
경찰, 이천 물류센터 화재 중간 수사결과 발표

경찰은 3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가 안전관리의 총체적 부실이 불러온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잠정 결론지었다.

경기남부경찰청 이천화재사건 수사본부는 지난 15일 이천경찰서에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근로자가 지하 2층에서 산소용접 작업을 하던 중 발생한 불티가 천장의 마감재 속에 도포된 우레탄 폼에 옮겨 붙어 화재가 크게 번진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고혁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대장은 “처음에는 불꽃이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무염연소 형태로 천장 및 벽체의 우레탄 폼을 타고 확산하다가, 산소 공급이 원활한 각 구역의 출입문에 도달했을 때 폭발적으로 치솟으며 건물 전체로 옮겨 붙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염연소가 시간 단위로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최초 화재 발생부터 눈으로 보이는 출화시점에 대해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비상유도등, 비상경보장치 등 소방시설 미비

경찰은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원인으로 공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공정 전반에서 안전관리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우선 화재원인으로 지목된 산소용접 작업이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용접작업을 할 때는 방화포와 불꽃‧불티 비산방지 덮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나 이러한 규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또한 비상유도등, 간이 피난 유도선 등 임시 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채 작업이 진행됐으며, 비상경보장치도 설치하지 않아 작업 중이던 근로자들이 화재를 조기에 인지하지 못했다.

아울러 당초 유해위험방지계획서에는 지하 2층 설계에 기계실로 통하는 방화문을 거쳐 외부로 대피 할 수 있는 통로가 있었지만, 결로를 방지할 목적으로 방화문 지점에 벽돌을 쌓아놔 대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방화문 지점을 뚫고 대피를 시도했던 노동자 4명이 사망했다.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는 또 있었다. 공기 단축을 위해 화재 당일 현장에 평상시보다 약 2배 많은 67명의 근로자가 투입됐던 것이다. 실제로 예정보다 빠른 시기에 투입됐던 엘리베이터 노동자 3명과 지상 2층 조리실 내부 주방 덕트 및 소방배관 작업 노동자 12명이 모두 숨졌다.

이에 경찰은 화재 발생의 원인과 인명피해에 책임이 있는 공사관계자 24명(발주자 5명, 시공사 9명, 감리단 6명, 협력업체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과실치상 등 혐의로 입건했다. 이 가운데 책임이 무거운 9명(발주자 1명, 시공사 3명, 감리단 2명, 협력업체 3명)에 대해서는 지난 14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반기수 화재사건 수사본부장은 “공사관계자들의 공기 단축, 방화문 폐쇄, 불법 재하도급, 임의시공, 화재 등 위험작업 동시시공, 임시소방시설 미설치, 안전관리자 미배치, 화재예방 및 피난교육 미실시 등 다수의 안전수칙 미준수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왜 시공사 등이 공기를 단축하려 했는지 대해서는 아직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화재발생과 확산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던 공기 단축과 관련해 중요 책임자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공사과정의 불법행위와 여죄 등을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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