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2일 모 피자업체 체인점에서 배달원으로 일하던 최모씨는 오토바이를 몰고 배달에 나섰다가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 택시와 부딪혔다. 이후 일주일 넘도록 의식불명 상태에 있던 최씨는 9일 후인 지난해 12월 21일에 결국 사망했다. 최씨는 방학기간을 맞아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최근 최씨의 죽음으로 인해 배달 업종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그동안 산업안전보건법은 물론 각종 법령에서 배제되어오면서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배달업종 근로자들의 문제가 이번에 최씨의 죽음으로 인해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배달업종 이륜차 사고, 꾸준한 증가 추세

최근 5년간 음식 및 숙박업종에서는 총 4,962명의 이륜차 관련 재해가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05년 578명, 2006년 802명, 2007년 891명, 2008년 1,196명, 2009년 1,395명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리고 도소매업종의 이륜차 사고도 2005년 159건, 2006년 194건, 2007년 200건, 2008년 241건, 2009년 258건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5년간 총 1,052명의 재해자가 발생했다.

음식업을 세부적으로 보면 피자 등 패스트푸드점에서 전체의 26.7%(1,890명)로 가장 많고, 중국요리 음식점이 18.6%(1,314명), 치킨 전문점이 12.6%(894명)로 그 뒤를 이었다. 음식업 중에서는 오토바이 사고의 60%가 피자전문점, 중국요리, 치킨 전문점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 업종의 사고는 대설 및 행사가 많은 12월과 1월에 평소보다 2배 이상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이들 재해자를 연령대로 보면 24세까지가 약 77~79%를 차지하는 등 젊은 층에서 대부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왜 이렇게 많이 발생하나

오토바이 배달사고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관리가 매우 힘들다는 특성이 있다.

배달업종의 사고 유형은 크게 배달 중 넘어짐, 신호위반교통사고, 도로역주행추돌사고, 계단 이용시 전도 등 다양하다. 점포를 나가는 시점부터 복귀하는 순간까지 위험요인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대부분 야외작업으로 날씨 및 시간대별로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해당 위험의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사고에 대한 사전예방 대책이나 사후관리 대책은 미약하기만 하다.

대규모 패스트푸드점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소규모 영세사업장이다 보니 사업주의 체계적인 안전관리는 물론 안전교육 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산업안전보건법 및 각종 법령이 이를 제한해줘야 하는데,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음식업, 특히 배달업종에 대해서는 거의 제재를 두지 않고 있다. 안전교육, 안전수칙에 대한 점검 및 지도체계는 사실상 산안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산안법이 이러하면 다른 법령에서라도 규제를 가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도로교통법 등 도로관련 법조항이다. 현재에는 2종 원동기자전거면허를 취득하면 오토바이를 운전할 수 있다. 16세부터 이 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지만, 안전교육은 면허 취득 시 1시간 시청각 교육만 시행될 뿐이다. 그 밖에도 운전자에 대한 안전교육은 일부 대규모 외식업체에서 요청할 경우 교통공단 등에서 방문하여 시행할 뿐 그 외에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로교통에 대한 법규사항도 안전장비만을 규정해놓고 있다. 안전장비도 자동차의 안전벨트와 같이 안전헬멧의 착용만 있을 뿐 그 외 안전보호구의 착용 등에 대한 사항은 강제해놓고 있지 않다.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다. 사고 보상 시스템도 크게 미흡하다는 것이다. 음식업종의 대부분이 소규모 영세업체라는 점에서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일을 하는 경우가 매우 많으며, 또 이들을 별도로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현재로써는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위의 재해현황도 산재보험에 가입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했을 뿐, 정확한 재해현황은 확인된 수치보다 크게 높을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되고 있다.

‘30분 배달제 즉각 철폐해야’

이와 관련해 청년 근로자 보호단체인 ‘청년유니온’은 지난달과 이번달 초 배달원사고와 관련한 긴급기자회견을 2차례 열었다. 이들이 주장한 내용들은 크게 다음과 같다.

먼저 30분 배달제 등을 폐지하고, 속도전을 부추기는 방식의 성과관리 시스템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업계에서 아르바이트생들에게 ‘30분 내 배달제도’를 교육하는 등 암암리에 30분 내 배달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 ‘빠른 배달’이 사고의 주요인인 만큼 이를 규제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로 도로교통과 관련해서도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헬멧은 물론 발목보호신발, 팔꿈치보호대, 무릎보호대 등의 각종 안전장구도 필수적으로 착용토록 하고, 빙판길 오토바이의 사용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도로교통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 번째로 교육부분도 개선을 주장했다. 사업주에게 근로자들의 보호구 착용과 안전운전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시키고, 근로자들에게도 안전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청년유니온’은 배달원들의 고용상태와 산재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들이 다쳤을 때 산재 인정을 받기 쉽도록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암묵적이기 때문에 제재 불가능”

청년유니온 등이 주장하는 내용들이 정부의 정책에 즉각 반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에서 법과 제도개선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사고는 도로교통과 관련해서 다수 발생하는데, 이 부분은 경찰청 등 타 부처 소관인 경우가 많아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차원으로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국토부와 경찰청 등이 적극 나서야 하는데, 현재 이들 기관에서는 전체 자동차에서 이륜차, 그중에서도 배달업종에 관련된 이륜차만 별도로 내놓아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30분 배달제의 폐지도 다소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30분 배달제 자체가 암묵적으로 시행되는 경향이 있어 이를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입장이다.

고용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 유선 문의 결과에서도 ‘사업방법에 대한 서비스 자제 행위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소지가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라며 “이에 획일적인 방향보다 계도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한편 위의 내용 외에 안전교육 부분의 경우는 앞으로 다소나마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서비스업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럴 경우 서비스업에 포함되는 음식업 및 도소매업 배달업종의 경우도 안전점검 및 관리, 안전교육 등의 대상에 포함되면서 전체적인 안전관리체계가 일정부문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음식업종의 경우 5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이 많은데, 5인 미만 사업장은 기본적으로 산안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이들 영세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별도의 관리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종합적인 대책 마련해야

관련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산업안전과 교통안전 등으로 개별적인 접근을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며 관련기관과의 협조체계가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취지로 배달업종 근로자들을 관리할 수 있는 종합적인 안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쉽게 말해 산안법과 도로교통법 등을 종합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모 산업안전기관의 한 관계자는 “관리가 어려운 것은 법에 대한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음식업종에서 발생하는 재해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법체계를 마련해나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청년유니온의 한 관계자도 “사업자와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의식 향상 교육을 강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나서서 이륜차에 대한 점검과 과태료 부과 등도 대폭 확대해나가야 한다”라며 “세부적인 추진이 어렵다면 관련 유관 기관들이 논의를 거쳐 배달업종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모 교통기관의 한 관계자는 “가장 시급한 것은 안전교육 부분인데, 현재 산업안전 및 교통안전기관 모두 교육인프라는 잘 갖추어 놓고 있다”라며 “이들 기관들을 활용할 경우 충분히 안전교육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관련기관들이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음식업 배달업종’에 대한 안전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음식 주문 때 “안전하게 배달해 주세요”라고 당부하도록 하는 등 범국민 캠페인을 펼치고,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안전문화 확산 운동을 전개해나간다는 것이 그 핵심내용이다.

하지만 이 대책을 두고도 여전히 논란이 뜨겁다. 캠페인성 대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좀 더 실효성 있는 관리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앞으로 청년유니온 등 관련 단체들은 이 문제에 대해 꾸준히 제도개선을 건의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앞으로 배달업종의 안전문제는 안전분야의 또다른 화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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