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災가 人災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

지난 5일 오후 8시 33분경 울산 동쪽 52km 해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다. 먼 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의 경우 내륙에서 감지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번 지진은 달랐다. 발생지가 해안과 그리 멀지 않다보니 부산과 경남, 경북지역은 물론 심지어 광주와 대전, 경기 등에서도 진동을 느꼈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특히 인터넷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건물 내 흔들리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이 공유되면서 지진에 대한 공포감이 삽시간에 사회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지진에 대해 우리 사회가 큰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이제 더 이상 우리나라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실감하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불의 고리’라는 말이 많이 언급되고 있다. 불의 고리란 환태평양 조산대를 칭하는 말이다. 서쪽의 일본·대만·동남아, 북쪽의 러시아 캄차카와 미국의 알래스카, 동쪽의 미주 대륙 서부와 남미 해안 지역, 남쪽의 뉴질랜드 등 태평양 주변을 에워싼 지대가 고리 모양의 지진·화산대를 이룬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지역에는 전 세계 화산의 80% 이상이 몰려있다. 또 태평양판을 중심으로 필리핀판, 나츠카판, 남극판, 호주판 등 여러 판이 만나고 있어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지역이기도 하다.

1960년 규모 8.5 이상의 대지진이 칠레를 덮칠 당시 불의 고리가 세계적 이슈가 되었는데, 그로부터 50여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이들 지역에서 지진이 활발해지자 50년 주기로 불의 고리가 활성화되는 것 아니냐는 설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 여파가 우리도 빗겨가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 속속 제기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지진 공포의 두 번째 이유는 우리나라가 지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이웃 일본에 비해 우리의 지진 대응 인프라는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프라 부족과 불의 고리 활성화만을 걱정하며, 막연한 노파심을 드러내는 것은 결코 그 무엇에도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을 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최고의 대응책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지진에 대한 관심을 항상 유지하는 것이다. 온 국민이 지진에 대한 관심을 지속 피력하면 정부가 관련 법령 및 제도를 꾸준히 보완할 것이고, 학계는 지진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에 나설 것이다. 물론 관심 외에 일반 시민이 반드시 실천해야 할 역할도 있다. 지진 발생시 행동요령 숙지가 바로 그것이다.

집안에서 지진을 느낄 경우,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서 몸을 보호해야 한다. 큰 진동이 멈춘 후에는 여진 발생 등에 대비하여 밖으로 대피해야 한다. 밖에서 지진을 느끼면 가방이나 손 등으로 머리를 보호하면서 피해야 한다. 이때 블록담, 대문기둥 등 무너질 우려가 있거나 자동판매기 등 고정되지 않은 것들을 주의해야 한다. 백화점, 극장, 지하상가 등에 있을 때는 안내자의 지시를 따르고 화재가 발생하면 자세를 낮추어 대피한다. 차를 운전하고 있을 때 지진이 발생하면 교차로를 피해 길 오른쪽에 정차하고 라디오 정보를 잘 들어야 한다. 이 정도의 기초적인 지식만 잘 숙지하고 있어도 지진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다.

지진, 화산 등 자연재해의 발생을 사람의 힘으로 제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사람의 힘으로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 천재(天災)가 인재(人災)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시민 개개인의 실천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막연한 우려와 불안감을 표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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