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제력 차이에 따라 안전보건 투자, 전담인력 투입 등 차이 발생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으로 간극 줄여야

최근 취업을 준비 중인 젊은층 사이에서 떠도는 말이 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금수저·흙수저’ 계급론이 바로 그것이다. 좋은 조건을 갖춘 부모 밑에서 풍족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을 빗대 ‘금수저’를 들고 태어났다고 칭하고, 그와 반대로 서민층의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에게는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말하는 것이 이 계급론의 골자다.

안타깝고 서글프지만, 부인할 수 없는 이 현실이 산업현장에서도 존재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기업 근로자들은 안전보건에 대한 사업주의 적극적인 투자와 체계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의 보호 아래 안전한 직장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중소사업장의 근로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위험 속에 노출된 채 작업을 하고 있다. 중기 여건상 안전보건에 대해 많은 비용과 인력을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중소사업장의 실태는 지표를 통해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2015년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작년 재해자 수는 9만129명으로 전년(9만909명)에 비해 780명이 줄었다. 사망자 수도 1810명으로 전년에 비해 40명이 감소했다. 큰 틀에서 보면 재해 감소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지만, 그 실상을 세심히 들여다보면 박수를 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사업장 규모별 현황을 보면,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전체 재해자의 81.6%인 7만3549명이 발생했다. 아직도 재해의 대부분이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간 정부와 여러 재해예방기관의 노력에도 불구,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보건수준이 거의 개선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정책이 향후 더욱 강화되어야 함을 실감케 한다.

이처럼 기업의 경제력 차이에 따라 안전보건 수준에도 격차가 발생한다. 안전보건활동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와 전담인력의 지원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이러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안전보건 격차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않는 한 우리나라에서 소규모 사업장의 재해율 감소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큰 폭의 재해감소도 마찬가지다.

이 사실은 정부도 잘 알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소규모사업장의 안전보건담당자 선임 의무화 제도와 원하청업체간의 상생협력 프로그램 도입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소규모 사업장이 자율안전보건활동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올해에도 고용노동부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기술지도, 재정지원 등 재해예방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지원 정책들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최근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중소사업장의 안전보건에 대한 관심이 더욱 줄어들고 있다. 또 소규모사업장의 안전보건업무 담당자도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이유 하에 중복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고, 안전보건은 미뤄둔 채 생산에 매달리고 있는 안전보건업무 담당자도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 속에 정부의 지원책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단순 지원을 벗어나 중소사업장, 특히 사업주가 안전보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인식개선에 나서야 한다. 사업주가 안전보건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실질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고 안전보건업무 담당자가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줄 수 있다. 그래야 정부의 지원도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앞으로 정부의 모든 지원은 중소사업장의 사업주와 안전보건업무 담당자 모두가 포함되는 카테고리 내에서 진행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힘겨운 여건 속에 정부의 엄정하고 강압적인 조치까지 더해지면 오히려 중소사업장은 안전보건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장기적인 계획 하에 무리 없이 중소사업장이 안전보건에 물들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을 펼쳐나가야 한다. 안전보건을 하면 할수록 이득이 되게끔 이끌어나가야 한다. 중소사업장이 안전보건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달콤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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