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자 위상 강화 통해 관리의 질 향상을 도모해야

산업안전의 기반은 안전관리이고 그 근본은 예방에 있다. 그리고 그 예방을 위한 수단과 실행방법을 확립하고 이를 빈틈없이 수행하는 사람을 일컬어 안전관리자라고 한다. 안전관리에 성공하면 무재해·무사고를 달성하게 되고 이런 무재해·무사고 기록들이 쌓여 산업재해율을 감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이것이 곧 우리가 산업안전 선진국에 한발 다가서는 길이다.

실로 산업현장 내 안전관리자의 역할이 막중하다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안전관리자가 우대받지 못하고 있다. 안전 관련 부서는 한직 취급을 받기 일쑤고, 그러다보니 안전관리 업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 속에 큰 사고라도 발생하면 그 모든 책임은 안전관리자가 덮어쓰기 마련이다. 사실은 그 윗선의 책임이 더 큰데도 말이다.우리나라 안전관리의 대표적이고 일반적인 형태는 ‘용두사미(龍頭蛇尾)식 안전챙기기’라고 할 수 있다.

시작은 요란하고 거창하지만 그 끝은 미미한 것이 바로 통상적인 대한민국의 안전관리다. 물론 그동안 근로자의 인명과 직결된 치명적인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해오긴 했으나 기대한 결실을 맺지 못한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점을 볼 때 안전관리의 끝은 더욱 멀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안전관리는 먼 옛날부터 이어져온 것으로 인류가 작업을 하는 한 영원히 따라붙는 책임이기 때문이다. 안전관리의 시초는 고대 바빌로니아 제6대 왕인 함무라비왕(재위 BC1792 ~ BC1750)이 집필한 함무라비(Hammurabi)법전에 나오는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보복법으로 유명한 함무라비 법전에는 총 282개의 판결문이 실려 있는데, 그중 ‘작업을 잘못했을 때는 작업 감독자를 처벌하는 규정’도 있다. 바로 이것이 산업안전관리의 첫 번째 기록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함무라비 법전에는 작업 중 사고가 났을 때 분명히 안전책임을 묻는 장면이 나온다. 탈리오 법칙(피해자가 받은 피해 정도와 동일한 손해를 가해자에게 내리는 보복 법칙)이 적용되는 시대였던 만큼, 그 징벌이 결코 가볍게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반만년의 역사를 가지곤 있지만 안전관리의 역사는 50~60년에 불과한 갓 태어난 아이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안전의식이나 수준이 탄탄하지 않은 상태에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또 빠르게 고도의 기술을 도입하다보니 사회 곳곳에서 많은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작업 감독자에게 엄중한 안전책임을 묻는다면 일순간 사고가 줄어들지는 모르지만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항구적인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안전관리자를 징벌할 게 아니라 그 위상을 높여 관리의 질을 높이는 게 정수다.

최근 주요 에너지 공기업을 필두로 안전관리최고책임자를 임명하고 안전관리위원회를 신설해 내부통제기능을 강화한다고 한다. 이는 공기업 조직 내 안전관리업무의 위상을 대폭 강화하는 것으로 안전관리자의 위치를 격상시키는 조치라 할 수 있다. 더불어 대우를 높이는 만큼, 그 책임도 키움으로써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의도를 실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안전관리의 위상 강화, 안전관리자의 위치 격상이 단 시간 내 산재율을 저감시키고 안전문화를 정착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를 이룸에 있어 큰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활력소가 될 것은 분명하다. 더 많은 기업과 산업현장의 동참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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