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윤 교수 한양대 정책과학대학(규제개혁위원회 위원)

 

위법행위만을 제재하는 사후규제로의 전환이 필요

지난 2년 동안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다. 정부 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에 응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이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규제를 완화하고 폐지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일시적인 노력으로 끝나서는 제자리로 돌아갈 뿐이다.

이제는 체질을 바꾸어야 한다. 진정한 규제개혁을 통해 민간의 창의·혁신이 국가사회의 발전을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 규제개혁의 차원을 진정으로 한 차원 더 높이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첫째, 사전규제의 사후규제화가 필요하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시장변화로 인해 과거에 만든 사전규제의 실효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자율규제가 가능한 부분까지 규제로 통제해서 대다수의 선량하고 건전한 주체들의 경제의지를 좌절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사전규제는 성장한계에 직면한 우리 경제의 신사업·신산업 활로 마련에 방해요인이 될 뿐이다.

따라서 민간부문의 자유로운 경제·사회 활동의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 민간이 자기책임 하에 운영하는 자율규제 또는 감시감독을 통해 위법행위만을 제재하는 사후규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자유롭게 풀어주면 된다. 잘못했을 때만 혼내면 끝날 일이다. 배출량 규제와 같은 성과규제가 효과적이라는 것이 이미 전세계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는가?

둘째, 네거티브규제화가 필요하다. 포지티브규제는 성장한계에 직면한 우리 경제의 신사업, 신산업 활로 마련에 장애물로 작용하며 민간의 도발적이며 도전적인 혁신활동을 원칙적으로 봉쇄한다. 또한 포지티브규제는 기업 또는 국민의 활동과 행위를 제한함에 있어 ‘원칙금지·예외허용’ 방식을 택함으로써 사실상 실질적인 진입장벽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 및 투자활동을 촉진시키고 민간부문의 창의와 혁신활동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규제의 대상 및 요건을 특정하고 해당 대상 및 요건 이외에 대해서는 행위의 자유를 허용하는 ‘원칙허용·예외금지’ 방식의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간단하다. 새만금 경제자유구역 등 이미 시도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셋째, 획일·과잉규제의 유연화가 필요하다. 피규제자의 규제준수 능력을 도외시하고 일률적으로 규제를 적용하게 되면 중소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대기업에 비해 무거운 규제비용과 부담을 지게 된다. 극단적으로는 사업을 포기하거나, 제도권을 이탈하게 될 수도 있다. 또한 규제의 범위와 강도가 피규제자가 부담하기에 지나치게 높은 경우 민간의 경제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게 된다.

따라서 피규제자의 준수능력에 따른 규제차별화, 특례, 규제유예 등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과잉규제를 완화 및 간소화해 기업의 규제부담을 완화해주는 등의 유연화가 필요하다. 실질적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다.

넷째, 복잡·모호한 회색규제의 개선이 필요하다. 부처별 칸막이 규제를 받느라 과다한 행정비용이 소요되고 있다. 또한 규제조항이 불명확해 집행당국의 자의적인 해석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은 어떤 행위가 어떤 제재를 받는지 몰라 규제준수에 애로를 겪고 있다.

따라서 규제의 불분명함과 모호성으로 인해 어려움에 봉착할 때 정부에게 그 애로를 신청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통합적인 규제민원 창구의 개설이 필요하다. 또 불분명한 규제의 유권해석을 위한 창구 마련, 규제조항의 구체적이고 명료한 재정비 등 복잡·모호한 회색규제의 개선이 필요하다. 일본의 그레이존(Gray Zone) 해소 제도라는 좋은 벤치마킹사례가 있지 않은가?

다섯째, 신사업 규제인프라의 구축이 필요하다. 시장에 없는 신제품이나 융·복합제품이나 서비스의 출시가 지연되는 등 경쟁국 기업보다 먼저 개발해 놓고도 제때 출시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신기술에 대한 제도정비가 늦어 사업화에 차질이 생기게 되고, 이는 곧 국제경쟁력의 저하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새로운 산업의 등장, 새로운 조류가 발생할 때, 그것을 최대한 빠르게 규제 체제에 반영할 수 있도록 기술수준과 규제체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규제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너무나도 쉽다. 위의 네 가지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구축된다.

체질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꾸준한 노력과 인내가 없이는 되돌아갈 뿐이다. 다이어트에도 요요현상이 있듯 규제개혁 노력도 계속해서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과거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 2년간의 노력에 안주해선 안 된다.

진정한 규제개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개구리도 움츠려야 뛴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간의 노력은 앞으로의 진정한 개혁을 위한 역량을 배양해주었다. 그럼 이제 뛸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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