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규섭 국립정신건강센터장

 

소방관 등 고위험 노출 직업군 대상 정신보건서비스 강화


정부는 ‘보건복지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와 ‘책임운영기관의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국립서울병원을 2016년 3월 1일자로 ‘국립정신건강센터’로 개편했다.

사회 변화와 더불어 우울증·불안·스트레스·불면증 등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정신질환이 증가하고 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 국민 4명 중 1명은 일생 한번 이상의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살이나 인터넷게임 중독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된 지 오래이고, 아동학대·분노조절·보복운전 등 새로운 문제도 지속적으로 생겨나는 등 국민의 정신건강과 안전, 행복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재난이나 노인인구의 증가, 다문화 가정의 확산 등 사회변화에 따라 정신건강 취약계층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또 늘어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정신보건법을 제정하고 전국 시군구에 순차적으로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설치하면서 중증정신질환과 알코올 중독환자 관리에 역점을 두어 오던 보건복지부는 이런 사회 변화를 반영, 2012년 모든 국민의 정신건강을 국가가 관리하는 것으로 정신건강정책의 방향을 크게 전환한 바 있다.

이후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정부는 그간 정신질환자 진료에 진력해온 국립서울병원을 수년간의 준비를 거쳐 국가 정신보건사업 수행과 지원을 총괄하고 관련된 연구와 교육 기능을 추가해 ‘국립정신건강센터’라는 새로운 기관으로 개편하게 됐다.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허무는 데 1962년 국립서울병원 개원 후 반세기의 시간이 흘렀다면 앞으로의 반세기는 국립정신건강센터가 국민 정신건강 증진을 통해 국민 행복을 실현하는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가는 시기가 될 것이다.

센터 개원과 더불어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무엇보다 저소득층·노인·어린이·다문화가족 등을 비롯한 정신건강 취약계층에게 대학병원 수준의 고품질 종합 정신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위치한 센터의 2층 소아청소년진료소는 외래와 병동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간진료소, 발달장애아를 위한 치료 시설, 문제행동 교정을 위한 행동발달증진센터, 병원 학교 등 우리나라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정신과 하면 떠올리는 보호 병동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개방병동·노인병동·중독병동 등 특화된 병동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과 신체질환을 같이 가진 환자들을 진료하기 위해 내과·신경과·가정의학과 전문의를 포함하는 건강증진과와 복합진료병동, 그리고 MRI 등 최신식 의료장비도 갖추고 있다.

수도권의 정신과적인 응급에 대처하기 위해 특별한 보호시설을 갖춘 정신응급진료소도 24시간 가동할 예정이다.

센터가 다음으로 노력하는 것은 국민 정신건강 관리체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점이다. 국내에는 약 300여개의 정신건강 관련 센터가 광역, 지역 등에 자리하고 있다. 그간 정신질환자의 사회복귀를 위하여 많은 기여를 하였지만 자살예방, 중독 관리, 학교 폭력 등 새로운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문 인력의 부족뿐만 아니라 즉각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프로그램이 많지 않았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지역에서 즉각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 관련된 정신보건 전문 인력들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교육과 지역사회 자원과의 효과적인 네트워크 구축 지원 등을 통해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을 위하여 노력할 예정이다.

이미 센터는 정신건강기술개발R&D 사업을 통해 국민의 다양한 정신건강 현황을 조사하고 지역사회에서 보다 손쉽게 진단하고 개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센터는 다른 부처와 협력해 보호관찰소와 소년원 등 소외된 대상자·소방관·사회복지 공무원 등 고위험에 노출된 공무원이나 직업군, 북한이탈주민이나 재난 피해자 등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공공정신보건서비스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제 우리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정신건강 증진을 통한 국민행복 실현이라는 새로운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첫 날개짓을 시작했다. 국민 여러분께 한 차원 높은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다짐하면서, 큰 응원이 함께 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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