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랑이 해를 맞아 대한민국에 국운 융성과 경제성장, 국민 건강 등의 행운을 주려는지 신년 초부터 40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세상을 하얗게 물들인 눈에 대한 설레임에 전국이 들썩였지만 이런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것은 바로 제설대책 때문이었다.

지난 1월 내린 폭설에 대한 제설대책은 국격과 국민 수준을 개발개도국 수준으로 격하시켰다. 미숙한 제설대책 탓에 수도 서울을 비롯한 전국일대 출근길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승용차로 20분, 30분 걸리던 서울 시내 통근시간은 2시간, 3시간 걸리는 게 예사였고, 심지어 분당에서 출발한 버스는 5시간 만에 광화문에 도착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 서울에 내린 눈이 25.8㎝의 적설량을 나타내 관측이 시작된 1937년 이래 최고를 기록하는 등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방송사·시민이 철저한 대비자세를 갖추고 빈틈없는 대처를 했더라면 도시 교통이 완전히 마비되다시피 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 확실하기에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먼저 가장 큰 문제점을 보인 곳은 기상청이라 할 수 있다. 당시 기상청은 수도권에 하루 2~7㎝의 눈이 내린다는 예보를 했다. 이는 적어도 3배 이상 틀린 예보였다. 뿐만 아니라 기상청은 지난해 12월 27일에도 눈을 예보하지 못해 서울 도심의 교통 상황을 마비시킨 전력이 있다.

기상변화를 정확히 내다보는 것이 어렵다고는 해도 매번 이렇게 틀린 예보를 내보낸다면 그 본연의 능력과 신뢰성에 당연히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기상예보 다음으로는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체계가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당시 서울시는 눈이 내리기 전인 0시부터 주요 도로에 제설제를 뿌리는 등 1단계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후의 대응태세는 느리고 미숙하기 그지없었다. 주요 도로 정체가 시작된 7시에야 2단계 비상 근무령을 내렸고, 도로 마비가 정점에 오른 8시경 가동 인력을 총동원하는 3단계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결국 이같은 늦장 대처는 도로의 마비를 넘어 지하철의 마비까지 불러왔다. 환승역마다 밀려드는 인파 때문에 기능이 정지되고 곳곳에서 고장 상황이 나기도 하였다.

서울시 행정에서 서울의 교통마비를 막는 것처럼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없다. 서울시는 더 신속히 최고 수준의 비상을 걸고, 민간 건설 중장비를 제설작업에 동원하는 등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만 했다.

재난정보전달체계에도 문제가 있다. 지상파 방송들은 오전 6시 방송개시 시간부터 적설상황을 시민에게 알렸다. 이를 통해 방송사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한 역할은 그저 평상시의 기준을 만족시킬 뿐이었다. 당시 같은 비상상황이라면 그 비상상황에 맞는 대응을 할 필요가 있었다. 방송사가 좀 더 빠르게 비상상황에 준하는 편성을 하고 더 적극적으로 대중교통 이용을 권유했더라면 거리에 버려진 차들로 인해 교통이 마비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12월 18일 폭설이 내리자 방송사들은 워싱턴DC 시장을 방송에 출연시켜 “꼭 외출해야 할 상황이 아니면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호소까지 했다.

마지막 문제점은 시민들의 질서의식이다. 비상상황일수록 시민 개개인의 철저한 질서의식이 중요하다. 폭설 당시 서울의 네거리에는 서로 먼저 가겠다고 머리를 들이밀고 진입하는 차량들로 인해 모든 차량이 엉켜 꼼짝 못하는 혼란이 빚어졌다.

재난을 겪을 때 국가의 수준, 국민수준이 드러나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연초 내린 폭설은 아직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기에는 준비하고 대비할 것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3E를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 3E란 사고를 방지하고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安全敎育(안전교육 safety education)과 安全工學(안전공학 safety engineering), 그리고 安全團束(안전단속 safety enforcement)이 균형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3E는 안전 개념에 과학과 기술의 체계를, 안전교육, 안전공학 및 안전단속의 균형을, 그리고 사고의 시간성이란 철학과 인간의 행동심리를 도입하여 과학적인 안전개념을 도출해낸다.

올 초 폭설대란에 대한 대처작업에 이런 3E가 적용되었다면 위에서 열거한 문제들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문제가 발생해야 해결책을 급급하게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준비의 근본에는 3E가 꼭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3E를 바탕으로 한 제설대책이 최선의 예방책임이라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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