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

 

자원봉사자의 사명감,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민간전문가의 경험이 어우러진 '민관협력 재난구호모델' 을 완성할 것

7세기, 당나라에 고구려의 위세를 떨쳤던 연개소문은 죽음을 맞아 자식들에게 절전지훈(折箭之訓)을 당부했다. 혼자서는 힘든 일이더라도 서로 힘을 합쳤을 때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뜻으로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표현이다.

현대사회에서 재난의 규모는 점차 대형화, 복합화 돼 가고 있고, 또한 예기치 못한 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재난이 발생한다. 이러한 재난에 대비해 수많은 자원과 인력을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부문에 상시 확보해 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민간부문의 인적·물적 인프라와 역량을 활용한다면 재난현장에서의 사후처리 역량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섬마을에 재난이 발생하면 주민들 식생활은 문제가 없을까?”, “강한 태풍으로 도로가 유실된 산간마을 주민은 어떻게 구호할 것인가?”, “다양한 구호물자들을 더 빠르게 지원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러한 고민에서 국민안전처의 재난구호분야 민관협력은 시작됐다.

국민안전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민간기업들 및 전국재해구호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정부의 재난관리 총괄·조정 기능과 기업의 사회공헌프로그램, 전국재해구호협회의 현장 전문성이 시너지효과를 발휘해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양질의 구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구호사각지대를 최소화했다. 제주도 추자도, 전남 보길도 등 일부 도서지역에서는 재난 발생 후 편의점의 물품들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차량의 접근이 힘든 강원도 등 산간 고립지역의 주민들에게는 드론 등 첨단 장비를 투입해 응급의약품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둘째, 재난구호의 핵심인 신속성을 확보했다. 기존에는 전국을 2개 권역으로 구분, 생필품 등 구호물자가 재난현장까지 도달하는데 3시간이 소요됐으나, 민간의 물류인프라를 추가로 활용해 전국을 7개 권역으로 구분하고 지원시간을 1시간으로 단축시켰다.

마지막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수요에 맞는 구호물자를 추가적으로 확보했다. 생필품뿐만 아니라 현장 상황에 따라 식음료품, 응급의약품 등이 적절하게 제공되도록해 구호서비스의 질을 업그레이드했다. 특히, 올 동절기부터는 민간기업과 협의해 겨울철 맞춤형 구호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했다. 한파에 대비한 핫팩, 보온양말, 장갑, 귀마개 등 방한용품을 추가적으로 확보해 피해주민들에게 지원한다. 계절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즉석밥, 물 등을 지원하던 것에서 탈피해 재난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물자들을 제공하는 것이다.

국민안전처는 업무협약 민간기업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정례적으로 회의를 개최하는 등 민관협력 재난구호역량 강화를 위해 상시 노력하고 있다. 민간기업뿐만 아니다. 국민들 개개인은 자신의 거주지역에서 ‘지역자율방재단’에 소속되어 구호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주민대피방송, 구호물자의 운반·정리, 급식지원, 위험지역 출입통제 등 일선현장 구석구석에서 우리의 가족과 이웃을 도울 수가 있다. 그러나, 재난구호분야 민관협력은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많다.

국민안전처는 민간의 역량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적용되도록 민관협력을 총괄하고 조정해 나갈 계획이다. 또, 실전에서 시행착오 없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연중 민관합동 훈련과 교육도 실시할 방침이다. 아울러 내년에도 민관협력사항을 꾸준히 발굴해 국민들에게 양질의 구호서비스를 제공하고 재난현장에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수요를 지속적으로 파악해 재해구호물자 활용도를 높일 방침이다.

무엇보다도 국가가 일방적으로 개입하는 재난구호서비스가 아닌 자원봉사자들의 사명감, 민간기업과 재단의 사회공헌프로그램, 전문가들의 경험이 현장에서 더해진 더욱 발전된 민관협력 재난구호모델을 완성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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