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안전보건정책은 크게 ‘산업재해율의 감소’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정책의 초점이 재해율 감소에만 집중적으로 맞춰져 있다 보니, 사실 그 추진 과정에서 적잖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단 사업장의 경우 산업재해율이 높으면 고용노동부로부터 불량 사업장으로 지목돼 감독을 받는다. 이때 감독대상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이다. 이들 사업장의 경우 과태료나 행정조치를 받는 상황이 거의 비슷하다. 산업재해조사표를 30일 이내에 고용노동부에 제출하지 않아 과태료를 부과받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만약 사업주가 고의로 보고를 누락하는 경우에는 몇 배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고용부의 강경한 정책 추진은 표면적으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꾸준히 재해율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고질적인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여전히 50인 미만의 중소규모기업에서 재해자의 80% 이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상당수는 위험한 기계·기구 등을 사용하는 작업공정이 많다. 때문에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이들 기업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감독 대상으로 형사처벌과 과태료, 시정지시, 행정조치 등을 받게 될 확률이 높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불량 사업장으로 지목돼 지속적인 감독을 받게 될 가능성 역시 높다.

이처럼 중소기업이 처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완벽한 해법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성과를 불러올만한 대책은 있다. 바로 재해예방시설을 적극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헌데 이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현재의 조세혜택이 허울뿐이기 때문이다.

‘조세특례제한법’을 보면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에 의한 소방시설 및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시행되는 유통사업을 위한 시설과, ‘축산물 위생관리법 제9조’에 따라 안전관리인증기준을 적용받거나 ‘식품위생법 제48조’에 따라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을 적용받는 영업자 등이 설치하는 위해요소 방지시설 등은 조세혜택을 받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산업재해예방시설도 ‘조세특례제한법’의 적용 대상이다. 그러나 실효가 없다. 이 법률을 보면 중소기업이 산업재해예방에 투자를 한 것으로 인정돼 조세혜택을 받는 기준이 방호시설에 완비된 전체 기계·기구가액의 100분의 30 이상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를 해석하자면 사업주가 프레스기계를 100만원에 구매하여 작업장에 설치를 하였다고 가정했을 때 프레스 전체가격이 100만원이면 이 금액에서 방호장치(양수조작, 광전자식) 가격은 30만원 이상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중소기업은 안전보건 시설투자를 하고도 세제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명백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개선이 추진될 시에는 환경부의 화학물질관리법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화학물질관리법은 세제혜택 개별 기계·기구 대상을 세안시설에 세안설비 등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어 수혜자가 쉽게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게끔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회계상 계정과목 구분표시도 반영되어 있다.

이런 좋은 예가 산업재해예방시설에도 반영돼 중소기업의 약 31만개소가 세제혜택을 받게 되면, 비록 정부의 조세지출은 약 220억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들 기업의 안전보건 시설투자비는 약 32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정부가 중소기업의 안전보건 시설투자 유도가 실질적인 산업재해예방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 펼쳐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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