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9월 27일 경북 구미산단에 위치한 휴브글로벌에서 불화수소 저장탱크 내 불화수소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른바 ‘구미 화학물질 누출사고’로 불리는 이 사태로 근로자 5명이 숨진 것은 물론 환경파괴로 인해 인근 지역 주민들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구미 화학물질 누출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화학물질의 철저한 관리를 위해 기존의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령을 마련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이 바로 그것이다.

기존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 화학물질의 등록과 평가에 무게중심이 있었다면, 새로 개정된 화평법과 화관법은 화학물질의 관리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화학사고 시 사업장 내 피해 뿐 아니라 사업장 밖의 근로자 및 주민, 환경파괴 등의 재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함이다.

과거 시행되었던 유해화학물질관리법과 비교하여 사업주에게 화학물질관리에 관하여 많은 제약과 의무사항을 부여하고 있는 데다, 법 위반 시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묻고 있어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고 있는 사업주로서는 사실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화관법은 장외영향평가 제도 도입, 취급시설의 검사 및 안전진단 제도 개선, 유해화학물질관리자 선임제도 개선, 위해관리계획서 제도 도입 등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이 중 장외영향평가제도와 위해관리계획서 제도는 처음 도입되는 제도로서 산안법에서 행하고 있는 공정안전보고서 제출과 유사하여 자칫 이중규제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화관법은 관리자 선임과 관련하여 산안법에서 정하고 있는 관리책임자 지정과 안전관리자 선임제도와 유사하게 영업허가를 득한 사업주로 하여금 유해화학물질 연간 취급량과 종업원의 수에 따라 관리책임자 1인과 점검원 1인을 법으로 선임하게 하고 있다. 특히 이들과 더불어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취급자들로 하여금 2년에 1회 16시간의 안전교육을 받도록 정하고 있다.

종합하면 화관법은 과거 구미 누출사고에서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취급자들의 보호구 미착용, 작업의 순서, 볼밸브의 설치 등 설비적 문제를 비롯해 작업방법에 관한 문제, 취급자들의 안전의식 문제, 관리자의 책임 및 관리감독의 문제 등을 총망라하는 사항을 법적 테두리 안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의 취지를 생각할 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사항이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법을 시행하는데 있어 그러한 충분한 인프라가 구축이 되어 있느냐’라는 것이다. 이미 법 시행 후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사업장이 많다.

일부 대기업 등 환경과 관련된 별도 부서가 있는 경우에는 상관없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 및 소기업의 경우 바뀐 법에 대한 내용에 대해 사업주나 담당자의 내용 인지가 상당히 낮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몇 차례의 설명회가 열리긴 했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시행령이 12월 9일, 시행규칙이 12월 24일 개정·공포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홍보문제 뿐만 아니라 교육에 대한 문제, 화학물질 취급시설의 검사 및 진단 등의 관한 문제도 있다. 교육장 등 교육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아 선임된 관리자, 취급자가 교육을 받고자 해도 대기 순서가 길고, 교육장소도 부족하여 교육받기가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취급시설의 설치검사 및 안전검사, 안전진단 등 설비적 결함으로 인한 사고 예방을 위해 제정된 제도의 수행에 있어 책임기관(한국환경공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적극적 수행 여부도 아직 미지수이다.
이러한 인프라 구축과 문제점 해소에는 많은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겠지만 법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법 이행에 필요한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 단 한 번의 사고로도 엄청난 인명 및 환경피해를 불러오는 화학물질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 인프라의 미흡으로 초기부터 흔들린다면 또 다시 화학물질누출사고가 언제 어디서 발생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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