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성남고용노동지청장

다른 것도 마찬가지이지만 법의 경우도 그 목적 또는 취지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오히려 등한시되고 있거나 피상적으로만 이해되고 있다. 법의 목적 또는 취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법의 올바른 이행을 기대할 수는 없다.

기업의 본질적 가치가 그 존속성에 있는 이상, 기업이 안전보건조치를 무한하게 할 수 없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이렇게 말하면 안전보건에 반하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기업은 여러 현실적 제약 속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근로자의 안전보건을 기업의 자율에만 맡길 수는 없다.

기업의 현실적인 제약과 안전보건의 사회적 필요성 간의 적절한 균형을 위해 기업이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할 것을 제시한 것이 산업안전보건법의 목적(제1조)이다. 그 목적은 산업안전보건기준을 확립하고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보건을 유지·증진하는 것이다.

읽자마자 두통이 생긴 독자도 있을지 모르지만, 이 목적은 기업이 노력하여야 할 중요한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즉 법이 요구하고 있는 것에는,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된 각 조문을 준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안전보건을 확보하기 위하여 쾌적한 작업환경을 자율적으로 조성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리고 사업주 책무 규정(제5조)은 목적 규정과 관련하여 사업주가 해야 할 안전보건관리의 성격을 제시하고 있다. 법정기준이 제시하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산재예방의 최저기준이고, 기업은 법에서 제시된 최저기준을 기반으로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는 등 자율적 재해예방활동을 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유지·증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법을 단지 준수하는 것만으로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은 충분히 확보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판례법상 확립되어 있는 안전배려의무라는 것도 사업주가 법적 기준을 준수하는 데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그 이상으로 안전보건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을 그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최저기준을 준수하는 것만으로는 기업이 부담하고 있는 안전배려의무를 다할 수 없는 것이다.

일례를 들면, 산업안전보건규칙에서 제시하고 있는 조도기준의 경우 초정밀작업 750럭스, 정밀작업 300럭스, 보통작업 150럭스, 그 밖의 작업에서는 75럭스로 정하고 있다. 만약 보통작업인 사무실의 탁상을 150럭스로 하면, “어둡다”는 불평이 쇄도할 것이다. 따라서 법령에 규정된 기준을 최저라인으로 하여 더욱 안전하고 쾌적한 수준을 조성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안전보건관리를 추진할 수 없다.

한편,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법령이 바로 마련되는 것은 아니다. 법은 국가 전체에서 준수하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행되기까지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신규물질에 의해 새로운 중독이 발생되더라도 그 유해성이 확인되어야 비로소 규제되는 것이다.

만약 확인되기 전에 함부로 법령을 만든다면, 법령 그 자체의 신뢰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법치국가인 이상 이것은 어쩔 수 없다. 이것은 기업이 안전보건문제에 대응하는 데 있어 시사점을 준다. 즉 법정기준이 생기는 것을 기다리기만 하고 그 사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으면, 안전보건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을 것이다.

법정기준이 규정되어 있지 않으면 법령 위반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지만,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새로운 안전보건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 시점에서 법령에 규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안전보건상 필요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법령 위반의 유무는 차치하더라도 발생한 재해에 대하여 기업은 산업재해보상 외에 민사배상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법을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의심스러우면 안전보건조치를 한다”는 자세로 법에 선제적인 안전보건조치를 하는 것이 산업안전보건법의 취지이다. 그런데 이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안전보건관계자가 드문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안전보건에 있어서도 이 격언은 그대로 통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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