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작고하신 유명한 스님께서 “우물쭈물하다 이렇게 왔네!” 라는 문구가 적힌 묘미명을 가장 좋아하셨다고 한다. 그 문구를 살펴보니 스님께서는 모든 인간의 인생사 뿐만 아니라 안전에 대해서도 높은 식견을 갖고 계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우물쭈물 하지 말고 가장 중요한 것을 먼저 해야 함을 넌지시 일깨워 주시는 지혜의 말씀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행복과 불행은 늘 등을 맞대고 있다고 한다. 안전과 불안전도 마찬가지다. 알면서도 업무를 게을리 했거나, 관심이 부족했거나,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했거나, 타성에 젖어 무감각해졌거나 등등 여러 이유로 다양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사고가 일어난 뒤에는 늘 ‘안전 불감증’이라는 말이 뒤따라 다닌다. ‘잠재위험’을 우습게보았다가 큰 코 다친 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전의 끝은 있는가? 잠재위험(불안전)을 완전히 없앨 수는 있는가? 질문은 간단해도 잠재위험 자체를 아예 없앨 수는 없다. 다만 관리수준 범위내로 유지관리가 잘 될 때 잠재위험은 안전상태에 가깝게 여겨져서 위험을 느끼지 못하게 될 수는 있다.

지난 3월 발생했던 천안함 사고에서 보면 고도의 훈련된 군대조직과 최첨단 무기가 장착된 군함도 외부 침략에 의한 잠재위험은 피할 수 없었다. 예방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더라도 방심하고 있는 사이에 상대방이 기습을 한다거나, 경계를 잘 하고 있어도 상대방의 무기 성능이 우리보다 월등하다면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산업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첨단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더라도 사고는 끊임없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기계적인 오작동에 의한 사고에다가 인간에 의한 에러(error)가 더해져서 사고가 발생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산업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사고를 보면 인재(人災)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렇다면 그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없을까? 전문적인 용어로 볼 때 ‘잠재위험성=사고빈도 * 사고결과’로 정의할 수 있다. 단순히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위험을 감지 못해서 일어난 사고라면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잠재위험’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전문적인 식견과 훈련, 관심의 함양 △둘째, ‘잠재위험’이 발견되었을 때 즉각적인 조치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 △셋째, ‘잠재위험’을 알아내고 습관처럼 대처할 수 있는 지속적인 예방교육 실시 △넷째, 어느 한 개인의 능력이 아닌 사회 전반적인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예방체계 시스템 구축, △다섯째, 형식적인 관리와 점검 행태의 개선 △여섯째, 안전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들 여섯가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다.

과거 새마을 운동을 펼치던 시절에 농촌에서 화장실 분뇨를 발효시켜 발생한 가연성가스(주성분은 메탄가스-CH4)를 부엌의 주방연료로 사용을 시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가연성 가스에 대한 무지와 안전장치 미흡 등으로 폭발 화재사고가 자주 발생, 보급사업이 중단된 바 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은 전국적인 가스 배관망 확충, 안전의식의 강화, 시스템적인 안전제도의 도입과 시행 등으로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가스안전 강국이 됐다. 과거의 아픈 경험을 가지고, 선진국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면서 안전장치의 기술개발에 열을 올린 정부와 산업계, 관리감독기관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결실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싶다.

문명사회에서 100%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한 듯이 안전의 끝, 즉 잠재위험을 모두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단, ‘잠재위험성=사고빈도 * 사고결과’로 정의했듯이 사고빈도를 지금보다 1/10 수준으로 줄이고, 사고결과로 인한 피해도 지금보다 1/10 수준으로 줄일 수만 있다면 우리사회의 잠재위험성은 낮아지고 안전지수는 지금보다 10배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실현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나만의 안전의식에서, 주변사람, 우리사회 전반으로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노력을 온 국민이 해 나간다면 안전의 끝에 좀 더 가깝게 접근해 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용어정의: 잠재위험성 =사고빈도 X 사고결과로 정의함.

여기서 사고빈도는 얼마나 자주 사고가 발생하느냐 이며, 사고결과는 한 번의 사고로 인해 발생된 피해로 인명사고, 경제적 손실을 정량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함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