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모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을 하던 중 거푸집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펌프카 운전사가 숨지고 6명이 중상을 입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조사결과 건설사의 안전불감증에 따른 부실시공이 그 원인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해당 현장 관계자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우리사회에서는 안전불감증을 추방하자는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려 퍼졌었다. 하지만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안전불감증이 원인이 된 붕괴사고가 또 발생해 반성에 대한 의지를 무색케 했다.

5월 18일 광주 금남로 바로 아래 지하상가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사람이 많이 몰렸던 5.18민주화운동 30주년 전야제 행사가 끝난 다음날 사고가 나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대형인명피해를 불러 올 만 한 사고였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고 역시 안전불감증이 원인이었다. 사고발생 4개월 전인 1월부터 붕괴 조짐이 감지가 되어 관할 기관과 시공사에 여러 번 신고가 접수되었으나, 이들 기관과 시공사는 안전하다고만 할뿐 신고사항을 묵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형사고들의 원인은 대부분 안전불감증이다.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사고에서부터 성수대교 붕괴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대구지하철 도시가스 폭발사고 등 기억하기 조차 싫은 대형사고들 모두가 안전불감증이 원인이었다.

우리사회는 안전불감증이라는 시한폭탄을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또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대형 참사가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다. 도대체 안전불감증이 우리사회에서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그 시작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안전불감증이 심화되기 시작한 것은 근대화 이후부터다. 기술은 발전을 거듭하는데 사람들이 그 속도에 맞춰 성숙해지지 못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그러다가 1970년대 들어서 공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우리 사회 전역에 퍼지게 된다. 즉 당시 우리사회에는 경제발전이라는 목표만 이루면 된다는 ‘결과 만능주의’가 생겨 일을 하다가 다치거나 불구가 되는 일쯤은 당연시 여길 정도로 안전불감증이 심각해졌다. 마땅히 없어져야 했던 이런 생각들이 사회에 공공연히 방치되면서 안전불감증이란 이름으로 우리 사회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용어 사전에도 없는 안전불감증이 최근 신종어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1990년대 대형사고 발생 이후부터다.

이런 우리나라의 안전불감증을 두고 외국에서도 여러 차례에 걸쳐 심각성을 지적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사회학자 뮐러허드 박사가 우리나라 안전불감증에 대해 ‘사회적 정신질환’이라고까지 평가했다. 국가 전체가 안전불감증이라는 정신질환에 빠졌다는 것이다. 참으로 치욕적인 평가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부인할 수가 없다. 오래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수많은 사고들 뒤에는 항상 안전불감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안전불감증을 털어버릴 수 있을까? 이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안전불감증은 지금의 기성세대들이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왔던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를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도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안전불감증과 함께 우리사회에서는 ‘안전우선주의’도 수십 년에 걸쳐 지켜왔다. 올해 43번째를 맞이한 산업안전보건강주조간과 매월 4일 실시하고 있는 안전점검의 날 행사와 같은 노력들이 바로 그것.

즉, 지금 우리는 안전불감증과 안전우선주의가 공존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여기서 안전불감증을 지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 시대를 이끌어갈 후세대에 대한 올바른 안전교육이 필요하다.

그 수단이 바로 초·중·고교에서 안전교육을 정식 교과목으로 편성하는 것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안전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산업안전에서도 효과를 거두며 재해율을 낮추고 있다. 우리사회도 재해율 0.7%대를 잡기 위해서는 조기교육을 통해 안전불감증 먼저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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